사람들이 큰 바다나 큰 산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대부분 미지의 신비감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바다를 한번 건너 보거나 높은 산에 오르고 나면 오히려 신비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친밀감까지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크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삼성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런 두려움 때문에 삼성이 우리 사회 일각으로부터 공격과 경계의 대상이 돼있기도 하다.



이런측면에서 최근 나온 '삼성공화국은 없다'(조일훈 지음,한국경제신문사)는 삼성이라는 큰 기업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고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신비감이나 거부감을 해소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의 삼성이 어떻게 세계적인 일류기업이 됐는지를 학술적 분석이나 사례보고 형식이 아닌 기자만의 독특한 관찰과 감각으로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삼성의 모습은 일방적인 찬양이나 지지가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면서 접한 삼성 사람들에 대한 제3자적 시각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은 우리 사회 일부에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만들어 삼성이 마치 권력화돼 있거나 그들만의 치외법권을 형성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의 허구성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도입부분 '삼성공화국론의 진실과 거짓'에서는 삼성이 하나의 조직으로서 한국의 척박한 경영환경과 '삼성저격수'들의 공격에 대응해서 생존과 성장을 이루려는 치열한 노력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슈퍼맨이거나 눈에서 광채가 나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알고 보면 지금에 이르기까지 피를 말리는 평가과정과 경쟁을 거쳤고 다른 회사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생존과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의 기업인이고 직장인이란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 단지 크고 잘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숭배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삼성맨도 모르는 삼성 이야기' 부분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삼성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삼성 임원들의 연봉,구조조정본부의 재무팀,감사팀,인사팀,홍보팀의 파워 등 직장인이 회식자리에서 삼성에 대해 말할 때 오고 가는 여러 낭설과 신화,삼성에 대한 여러 이미지의 진실과 허상을 가려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재미있는 정보가 소개되고 있다.


사실 삼성그룹에 대한 신화와 경계심은 이 회장과 그 아들 이재용 상무에 대한 이미지 또는 미스터리에도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이 회장과 이 상무,삼성을 움직이는 최고 전문경영자들이 한 인간으로서 가진 장점과 한계,꿈과 고민을 소개함으로써 일반인이 알고 있는 이들의 이미지와 저자가 접한 실상의 갭을 메우고 있다. 특히 베일에 싸여있는 이 회장의 라이프 스타일과 젊은 날의 고민,비관의 미학에 사로잡힌 감성경영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회장이 왜 외부에 모습을 비치지 않게 됐는지,삼성에서 고속 승진을 거듭한 사람들은 어떤 재주를 갖고 있는지,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과거 삼성전자 사장 시절 무슨 이유로 이 회장에게 혼이 났는지,이기태 사장과 황창규 사장의 경쟁은 어떻게 진행돼가고 있는지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김종석/홍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