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분야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많이 오르내린 단어중 하나는 `부동산'이었다. 연초에 분당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아파트 값 급등은 풍부한 유동자금을 바탕으로 강남, 평촌, 용인, 일산, 대구, 충남 등 전국으로 번졌고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호재로 인해 땅값은 춤을 추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민은행의 주택시장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2.4%가 올랐는데 특히 아파트는 3.7%나 올라 서민주거를 위협했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5.7%), 대구(4.8%), 경기(5.4%), 충북(3.8%), 충남(4.5%) 등이 두드러졌다. 특히 강남(14.8%), 서초(18.2%), 송파(14.4%), 강동(12%) 등 서울 강남권과 분당(24.2%), 평촌(12.3%), 용인(18.8%), 과천(23.7%) 등의 집값 오름세는 그야말로 엄청나 한주에 수천만원이 오르는 단지가 속출하기도 했다. 아파트와 연립.단독, 강남과 비강남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땅값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만 전국적으로 2.672%가 올라 작년 동기(2.464%)를 앞질렀다. 행정도시 후보지역 및 주변지역의 개발호재가 있는 충남(4.73%), 대전(3.72%) 등과 서울(3.40%), 경기(3.38%) 등 수도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며 그간 연간 땅값상승률이 0%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광주, 전북, 전남 등 호남권도 1%가 넘게 뛰어 전국적인 땅투기 열풍을 실감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안정'을 경제의 최우선 정책의 하나로 꼽았던 참여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판교발 수도권 집값 불안이 가시화되자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 도입과초고층 재건축 불허 등을 골자로 하는 2.17대책을 내놓았고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경찰수사,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어졌다. 5월4일에는 1가구 2주택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을 발표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토지시장에 대해서는 투기지역 조기지정, 토지거래허가구역 운영강화, 취득요건 강화 등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6월 한달간 땅값은 0.789%가 올라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한달간 3.7%가 뛰었다. 참여정부의 시장안정 약속은 오히려 시장의 비웃음을 샀고 정책 불신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은 6월 17일 당.정.청 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거시적인 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다시 짜기로 결정하고 기존 정책 `전면 재검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두달여간 당.정.청이 머리를 맞댄끝에 8.31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전무후무한 `종합 선물세트'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종합부동산세 기준점 6억원 초과로 인하, 재산세 과표적용률 상향조정,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송파신도시 건설, 공공택지 공급 확대, 원가연동제 확대, 기반시설부담금 도입 및 개발부담금 재부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부활 등 손으로 꼽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다. 예상대로 시장은 빠르게 안정됐다.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장은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월간 상승률이 제로(0)퍼센트로 떨어졌고 거래 요건이 강화된 토지시장도 `동면'에 들어갔다. 분양시장은 인기단지를 제외하고 청약자가 전혀 없는 단지가 나오는 등 얼어붙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완전히 떨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 의회의 재건축에 대한 층고 제한 및 용적률 완화 추진 등 호재가 나오자 하락하던 재건축단지의 집값은 반짝 급등했고 토지시장도 혁신도시 등 호재 지역과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후속 입법이 국회에서 논란을 빚은 것도 정부 기대만큼 집값 하락을 유도하지 못한 이유중 하나다. 집값 하락을 예상한 수요층이 매매에 나서기보다 주거요건이 좋은 강남, 분당 등으로 전세를 찾으면서 이들 지역의 전셋값이 비수기임에도 불구,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에따라 8.31 2단계 대책마련에 곧바로 착수했다. 분양가 인하, 공공택지 조성원가 공개범위 확대, 공공 토지 및 주택 비축물량 확대, 전.월세시장 안정화 방안 등이 그것으로 내년 2월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해 집값 불안의 가장 큰 요인인 풍부한 유동성, 낮은 금리를 손대지 않고 정부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와 후속입법이 시행되는 내년 집값 및 땅값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대조적인 전망이 혼재돼 있다. 참여정부가 수십년간 뿌리박힌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잡을 수 있는지, 아니면 또한번 투기와의 전쟁에서 패퇴할지는 시장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