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이사(53)는 우리 연예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의 한 명으로 꼽힌다.


얼마 전 한 시사주간지에서 실시한 '대중문화업계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가요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뒤엔 언제나 그의 이름이 따라다닌다.


1952년 서울생인 이 이사는 경복고와 서울대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70년대 포크송 가수로 활동하다 77년 10대가수까지 오르기도 했던 그는 89년 SM기획(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예기획자로 변신했다.


프로듀서로서 그의 첫 작품이 바로 HOT다.


그가 HOT를 기획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자고교생 5명으로 만들어진 그룹은 전례가 없었다.


하지만 10대들의 문화소비 성향을 분석한 이 이사는 같은 또래라는 동질감,순정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깔끔한 외모를 주무기로 내세운 댄스그룹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확신했다.


판단이 서자 바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갔다.


엄격한 기준으로 5명의 멤버를 선발하는 데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다시 6개월 동안 '조련'에 들어갔다.


또 개인별로 외모에 특징을 주는 기법으로 멤버들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도록 했다.


치밀한 기획에 따른 준비와 홍보전략에 따라 HOT는 96년 말 전격 데뷔했고 결과는 '빅히트'였다.


이 이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캐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오빠를 따라왔던 보아를 발탁해 세계적 가수로 키워낸 일화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 이사도 "좋은 인재를 뽑으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가공기술을 가졌다 하더라도 다이아몬드와 평범한 돌을 다듬는 데는 차이가 있다는 것.


이 이사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 되는 나라의 대중문화 주체는 10대들"이라면서 "90년대 초반 세계 가요시장의 주류가 댄스로 재편되는 상황이었고 한국도 이 같은 흐름을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HOT 보아 동방신기 등 10대들이 원하는 가수를 예견해 내놓았다"고 밝혔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기획과 대중의 기호에 맞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악을 추구한 것이 어필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통하면 세계의 스타로 크게 돼 있다"면서 "SM은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현지에서 스타로 클 수 있는 현지인을 선발해 키우는 전략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