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학점 및 토익점수가 좋은 '인재'보다 인성과 감성이 풍부한 '인간'을 신입행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지성이 뛰어난 인재형보다 봉사활동 경험이 많거나 대인관계가 좋은 인간형이 영업현장에서 더 우수한 실력을 발휘한다는 데 은행권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 신입행원 공채에 최종 합격한 A씨는 백혈병 어린이에게 골수를 이식했다는 경험을 밝혀 후한 점수를 받았다. 골수이식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뽑아야 하는 간단치 않은 수술을 해야 한다. 회복기간만도 최대 4주가 걸린다. A씨는 이같은 내용을 사회 봉사활동란에 표기, 100점 만점에서 3점의 추가 가산점을 받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3점이면 합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수로 토익시험에서 만점을 받아도 이 정도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는 임원면접에서 이같은 내용을 면접관들로부터 다시 질문 받아 플러스 알파의 이미지 점수까지 받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5년동안 1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헌혈을 한 지원자 등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자들이 나왔다"며 "정도에 따라 가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중인 우리은행도 지원자들의 인성 판단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1박2일 동안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합숙 실무자 면접엔 면접관만 70여명이 투입돼 8단계에 걸쳐 지원자들의 인성을 테스트한다. 그룹을 만들어 진행되는 8단계 면접은 '혼자 잘난' 사람보다 '함께 있어 잘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데 주력한다. 열린 채용을 모토로 걸고 있는 외환은행 역시 인성이 좋은 행원을 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를 위해 '면접시간이 아슬아슬한데 신호가 빨간불이다. 신호위반을 하겠느냐?', '당신에게 1억이 생긴다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 등 정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서 지원자의 경험, 가치관을 판단한다. SC제일은행도 학력, 성적, 자격증보다 개별면접, 임원면접, 집단토론 등 인성을 파악할 수 있는 면접에 높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은행권 인사팀 관계자는 "인성이 뛰어난 행원들이 영업도 잘하는 데다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되지 않은 등 장점이 많아 이들이 토익.학점 등 지성이 뛰어난 인재보다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