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탑산업훈장을 받는 정규하 삼성전자 LCD 총괄 상무는 국내 대형 LCD TV 시대를 열어제친 주인공이다. 그가 이끄는 LCD팀은 2001년 세계 최초로 40인치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며 PDP가 휩쓸던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마(魔)의 40인치'로 불리던 장벽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 LCD팀의 '역사적 성과'는 TFT-LCD 분야의 불모지였던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TFT-LCD 산업을 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주력 수출 상품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 상무는 서울대 공대와 미국 메사추세츠대 공과대학원을 거친 정통 엔지니어 출신.SKC,다우 코닝에서 10여년간 전자재료 개발에 몸담다 2000년 삼성전자 LCD총괄 차세대 개발팀장으로 옮겨 대형 TFT-LCD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LCD는 PDP보다 화질이 훨씬 뛰어나지만 화소불량 가능성이 높아 대형화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가 지휘를 맡았을 당시 삼성전자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40인치 LCD개발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LCD의 미래가 대형 TV 시장에 있다는 확신으로 개발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엔지니어들과 수십차례 기술적 논의를 한 끝에 얻은 결론은 기술적 난관이 엄존하지만 분명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는 것. 가장 큰 난관은 40인치 LCD의 경우 LCD 생산의 핵심공정인 노광설비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정 상무는 외국 노광기 업체를 수도 없이 찾아다니면서 실마리를 풀어냈다. 노력은 결실로 돌아왔다. 이후 그가 이끄는 LCD팀은 46인치,57인치,82인치 등 세계 최대·고해상도 TFT-LCD 개발에 연달아 성공,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 업계 리더로 시장 표준을 주도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플라스틱 LCD와 TV용 40인치 AMOLED(능동유기발광다이오)의 핵심기술과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확보해 '다음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 상무는 "미래 기술 개발의 성패는 반드시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라며 "팀원 간 믿음과 협력이 난관을 극복한 밑거름이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정 상무는 디스플레이 관련 국제 학술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논문 46편을 발표하고,국내외 기관의 초청강연에 적극 나서는 등 산·학·연 교류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