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대학들이 밀집한 우다오커우(五道口)에 있는 '우가(牛家)네'는 한국식 고기구이집이다. 베이징에 우후 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한식집 중에서 개인식당으로선 손꼽히는 성공케이스다. 오피스텔 4층에 있는 65평 남짓한 식당엔 건물 바깥에 음식점 간판이나 표지 하나 없지만 입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저녁마다 문전성시다. 작년 4월 식당 문을 연 도성배 사장(52)은 올 연말이면 투자비는 건질 것 같다고 내다본다. 도 사장은 대구의 모 고등학교 교사출신이다. 책상물림 인생을 살아온 그가 어쩌다 낯선 중국땅에서 식당을 하게 되었을까. 고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던 도 사장은 2001년 친구로부터 중국무역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고 "중국을 알고 나서 하겠다"며 베이징으로 왔다. 우선 중국 대학에서 일년간 어학연수를 했다. "한국 사람은 일부러 만나지 않고 중국사람들을 사귀는 데 주력했습니다." 도 사장은 "연수시절에 알게 된 중국인 친구들이 장사에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사귀어놓은 사람들 중에서 요즈음도 한달에 한번 이상 만나는 절친한 이들이 15명이나 된다. 연수를 끝낸 그는 배낭여행을 떠났다. 세계 최대 소상품 시장이라는 이우를 비롯해 칭다오 광저우 선전 등 중국의 발전하는 도시들을 돌며 '할 만한 일'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20년 넘게 분필만 잡아서 그런지 아무것도 안보이데요." 낙심한 그는 무역업을 제의한 친구에게 '중국에서 사업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말하고 귀국 짐을 꾸렸다. "비행기표를 사려다가 돌이켜보니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깝고 오기가 생기더군요." 불현듯 식당을 해보자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흔히 젊음을 바친 직업과 다른 계통의 사업에 도전하면 실패하기 일쑤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식당은 안 해봤지만 '손님 경험'은 많다는 데 착안했다. "식당에 갔을 때 즐겁고 기분좋았던 것만 골라서 손님에게 서비스하면 성공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주위사람들에게도 '식당에서 즐거웠던 기억을 말해주라'며 아이디어 동냥(?)을 하기도 했다. 그가 식당을 차리는데 임대료와 인테리어비용 등으로 지출한 돈은 우리돈으로 1억2000만원. 한국에서 구청 문화센터를 다니며 조리사 자격증을 딴 부인 이성옥씨(47)가 주방장으로 나섰다. 식당입지는 외곽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편이지만 주차시설이 좋은 곳을 택했다. 중국인 친구가 나서서 바가지 쓰지 않고 좋은 조건에 임대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었다. "고기는 전혀 지식이 없어 위생과 맛이 보증되는 베이징 최고의 백화점에서 조달했습니다." 순한국맛을 제대로 살리기위해 조미료는 전량 한국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비싼 재료만 쓰면 손해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박리다매'라고 답했다. 개업 후 처음 두달간은 손님이 하루에 2~3명이 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백화점에서 사온 고기를 사흘이 지나면 직원들과 함께 먹어 치웠다. '아무리 손해가 나도 맛이 떨어지는 고기를 손님에게 내놓으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서 원칙을 고수했다. 주방도 청결을 강조하기 위해 '오픈'식으로 꾸몄다. 손님을 최상으로 모시기 위해 식당규모에 비해 많은 15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엔 메뉴판을 손님에게 던지다시피 할 정도로 서비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종업원도 적지 않았습니다." 도 사장은 일주일에 한번 직원 회의를 열어 "급여는 손님이 주는 거다. 배 채우러 오는 게 아니라 즐겁기 위해 오는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서비스 교육을 시켰다.이런 서비스와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3달째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종업원 급여는 월 600~1000위안(1위안은 약125원). 장사가 되는 정도에 따라 직원별로 차등화해서 20~30%의 인센티브를 준다. "프랜차이즈를 하자는 제안도 많지만 관리경험이 없어 아직은 생각이 없습니다." 도 사장은 우가네를 인정미와 활력이 넘치는 한국식 사랑방으로,베이징의 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 [ 중국서 사업하려면 ] 중국이 기회의 땅인 것만큼은 분명하나, 위험요소 또한 많은 곳입니다.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준비는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 중국인과의 생각 차이는 당연히 존재합니다. 한두 권의 중국에 관한 서적을 읽거나, 몇 번의 여행으로 중국을 이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중국인과 직접 부대끼며 생활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생활의 경험 속에서 분명히 자기 나름의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느낌이 생길 것입니다. 이런 느낌이 바로 중국에서 겪게 될 갖가지 상황에 대한 자신만의 대처 능력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생겨나게 하는 가장 큰 밑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은 없을 것이며,실패의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사장이 중국인 직원이나 손님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통역을 쓰고 그 과정에서 이중고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어학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겁니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