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은 지난 1994년 '인디펜던스'에 기고한 글에서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외모에 관심이 커 패션에 민감하고 피부관리와 헤어스타일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컬었다. 이들은 또한 쇼핑을 즐기면서 음식과 문화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주로 도시지역의 남성이 바로 메트로섹슈얼인 것이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꽃미남 스타일의 메트로섹슈얼이 세계적으로 풍미하자,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레트로섹슈얼(retrosexual)'이 등장하기도 했다. 외모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남성군이다. 메트로섹슈얼이 한동안 지속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위버섹슈얼(uebersexual)'시대가 도래했다고 유럽의 언론들이 떠들썩하다. 미국의 사회분석가인 매리언 샐즈먼이 저술한 '남자들의 미래(The Future of Men)'에 처음 등장한 위버섹슈얼은 야성적인 남성을 뜻하는 '마초(macho)'와는 구별된다. '위버'는 독일어로 '더 높은''초월한'이라는 뜻인데 남성성이 강조된 섹시함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일부러 스타일을 꾸미지 않아도 멋이 날 뿐더러 자신감이 넘치고 아울러 여성에게는 자상하고 감성적인 남성들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스타인 조지 클루니처럼 터프하면서도 여성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위버섹슈얼의 전형으로 꼽힌다. 메트로섹슈얼은 우상으로 받들어졌던 스타들이 '자기 중심적'이고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겉만 번지르한 화려한 외모에 식상했다는 얘기다. 위버섹슈얼과 같은 세대규정이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회 및 문화현상이 변하면서 시대에 따라 그 흐름과 특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1990년대 초반의 X세대 이후 N세대,메트로섹슈얼,위버섹슈얼로 이어지면서 다음에는 어떤 트렌드가 형성될 지 궁금할 따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