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예쁜 옷과 소품들을 나누고 싶어 싸이에 올려놨을 뿐인데 이렇게 쇼핑몰까지 차릴 줄은 몰랐죠."


온라인쇼핑몰 '업타운걸(www.uptowngirl.tv)'을 운영하는 강희재씨(30).


그녀는 수집광이다.


그녀의 집과 사무실에는 수백 켤레의 신발을 비롯해 200개가 넘는 가방과 엔틱 로봇,각종 인형,이국 풍취가 물씬 나는 장신구 등이 가득하다.


그녀 스스로도 '중독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수집에 골몰한 결과다.


이런 수집벽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했다.


2년반 전인 2003년 초,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cyworld.nate.com/heejaeholic)에 수집해 놓은 예쁜 옷을 사진으로 찍어 하나씩 올려놓은 게 시작이었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이 입소문을 타며 퍼져가기 시작했고 홈피에 올렸던 '모스키노'브랜드의 하트 무늬 스커트는 하루만에 '씨가 마르는'인기를 끌었다.


예기치 않은 팬(?)들의 열광에 고무된 강씨는 지난해 4월 패션 전문 쇼핑몰 '업타운걸'을 열었다.


미니 홈피에서부터 눈여겨 봐오던 고객들이 초기 광고도 없는 상태에서 하루 3천여명이나 쇄도했다.


업타운걸에서 여섯 벌의 옷을 구입했다는 에스콰이아 디자인팀의 방천미(26)씨는 "싸이월드 사이트에서 예쁜 옷들이 '스크랩'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업타운걸'을 알게 됐다"며 "일반 의류 사이트는 모델에게 옷을 입혀놓지만 '업타운걸'에서는 일반인이 입고 있는 사진으로 전시돼 현실감이 더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지은(29)씨는 "업타운걸에 진열되는 상품은 유행이 빠르면서도 너무 앞서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부담이 없다"면서도 "제품의 소재나 바느질 수준이 인터넷 상에서 보는 것보다는 실제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했다.


업타운걸의 히트에 대해 강희재씨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하지만 신세대 여성심리를 간파하는 예리한 감각과 사업가 기질이 베어 나온다.


"20대와 30대 여성은 우선 밝고 뭔가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너무 비싸지 않은 것을 찾고 있어요.


그런 수요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죠."


강씨가 여성의류 중심의 쇼핑몰을 시작한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혼자 시작한 사업이 직원 7명 규모로 커졌다.


재미동포들의 인기에 고무돼 미국 LA한인타운에 작은 로드숍을 열었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도 준비중이다. 다음달엔 GS홈쇼핑에서 처음으로 '강희재' 이름을 걸고 여성의류와 액세서리를 팔기 시작한다.


나이 서른에 이룬 성취에 다들 놀라지만 그녀가 무려 10번이나 직업을 바꿨다는 사실에 더욱 놀란다.


수입 에이전시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강씨는 제빵사,푸드스타일리스트,보석감정사까지 각양각색의 직업을 편력했다.


이처럼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도 '젊은 여성의 기호를 신세대 기호파악에는 도사가 되어 언젠가는 독립한다'는 일념 하나는 결코 놓치지않았다.


하고픈 일,취미를 직업으로 선택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그녀는 "좋아하는 일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 다른 일을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업타운걸 사업도 "좋아하는 패션과 디자인 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다"며"트렌디 하고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게 사업 모토"라고 강조한다.


옷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호기심만 믿고 출발한 사업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크고 작은 낭패를 많이 당했다.


그녀는 지난 2002년 사스 사태 때문에 제품 납품처인 홍콩과의 연락이 끊겨 그동안 번돈 5억원을 모두 날려버리는 고초를 겪기도했다.


그때마다'취미로 시작한 일인데‥ 속상하면 나만 손해지'하며 나쁜 기분을 툭툭 털어버렸다.


업타운걸은 매달 1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그녀의 장래계획은 매출을 키우는 게 아니다.


강씨는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자라(ZARA)'와 같이 젊은 여성들의 문화를 창조하는 문화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야심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