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박병엽 부회장(43)은 요즘 심심찮게 병원에 간다. 스트레스성 장염 때문이다. 의사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사업하다 보니 쉽지 않다. 겉으로는 호탕하고 건강해 보이지만 남몰래 고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올해 초 SK텔레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에게 수없이 묻고 답하며 속을 태웠다. 휴대폰 전문업체로 살아남으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박 부회장은 요즘 계열사로 편입한 SKY텔레텍(옛 SK텔레텍) 임직원들을 '팬택 식구'로 만들기 위해 팬택계열 본사가 있는 여의도와 서울역 앞 SKY텔레텍 본사를 거의 날마다 오가고 있다. 팀장급 이상 간부 사원들을 만나 인수 배경과 자신의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함께 손잡고 뛰어 보자고 역설하고 있다. 1991년 맥슨전자에서 나와 팬택을 설립한 이래 14년 만에 매출 4조원대의 중견 기업을 일군 박 부회장.그는 중요한 시기마다 판세를 정확히 읽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기업을 키웠다. 그래서 '불도저''카리스마'란 수식어가 그에겐 늘 따라붙는다. 처음 만난 사람을 순식간에 친구로 만드는 친화력도 박 부회장이 갖고 있는 남다른 장점이다. 박 부회장의 뚝심은 갈림길에서 위력을 발휘하곤 했다. 사업 초기 모토로라가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제의하자 "경영은 내가 한다"며 끈질기게 지분 투자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후에는 큐리텔이 포기했던 내수 시장에 재진입했다. " 와 싸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그는 밀어붙여 내수 기반을 다졌다. 박 부회장은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사람이다 싶으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다.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과 이성규 팬택 사장을 영입할 때는 이들을 찾아가 "함께 일하자"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승보 팬택씨앤아이 사장을 영입할 때도 그랬다. 일본 연구소를 설립할 때는 1년간 13차례나 일본을 오가며 현지의 우수한 연구원들을 채용했다. 최근에는 부쩍 '글로벌 경영'을 강조한다. 박 부회장은 "SKY텔레텍이 한 식구가 돼 연구인력이 2600명으로 늘어난 만큼 전 세계를 무대로 휴대폰을 팔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최근에는 "통역을 거치면 뜻을 100%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다"며 영어와 중국어 개인 교습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최근 칭기즈칸에 관한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는 "몽골 촌구석에서 떨쳐 일어나 세계를 장악한 칭기즈칸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어느 때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 세계 휴대폰 시장을 쥐고 흔드는 '칭기즈칸'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