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 기업의 여자 직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했다.


법이나 제도에는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정 직급 이상은 절대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유리천장.최근 들어 이 같은 유리천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성별보다는 능력 위주로 인재를 중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여성 임원이 속출하고 있고 신입사원 채용시 여성의 비율이 남성을 넘어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재계에는 유명한 스타 여성 임원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스타 여성 임원들의 탄생은 재계에서 우먼 파워를 더욱 강력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동안 숨죽이고 살아온 여직원들은 남성들을 누르고 당당히 재계를 이끌고 있는 선배들을 보며 자신들의 화려한 미래를 상상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으로만 경쟁하면 충분히 기업의 별인 임원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는다.


국내의 간판 스타급 여성임원으로는 우선 SK텔레콤의 윤송이 상무(30)를 꼽을 수 있다.


통신업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최연소 여성임원으로 불리며 인터넷 팬클럽까지 생길 만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3년6개월 만에 수석졸업하고 미국 MIT대학 미디어랩에서 '최연소 박사'라는 타이틀을 따 내는 등 학창시절부터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기업인'으로,세계경제포럼은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했을 정도다.


현재 SK텔레콤 비즈니스 전략본부에서 커뮤니케이션 인텔리전스(CI) 태스크포스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맞춤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1미리(1mm)'를 SK텔레콤에서의 첫 작품으로 내놓으며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LG그룹에서는 지난해 말 그룹 최초로 30대 여성 임원이 된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의 류혜정 상무가 대표적인 스타 여성 임원으로 꼽힌다.


그가 개발을 맡았던 WCDMA 휴대폰이 빅 히트를 치면서 39세에 임원으로 승진,LG그룹뿐 아니라 재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녀는 최근 LG전자가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에 '자랑스런 LG인' 모델로 등장했다.


성별보다는 능력 위주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스타 여성 임원에는 김진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장(45)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1년 임원으로 승진한 김 상무는 LG전자 여성 임원 1호로 유명하다.


LG 휴대폰 디자인의 총책임자로 디자인 혁신을 진두지휘하며 여성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 여성 인력 발탁이 가장 두드러지는 회사는 삼성SDS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스타 임원은 장연아 상무(44).미국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AT&T,씨티그룹 등 글로벌 기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온 장 상무는 지난해 9월 삼성SDS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아 회사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남편과 아이들은 미국에 머물고 있어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지만 2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뭔가 기여한다는 자부심에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고.


삼성SDS는 또 올해 초 신규 연구개발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웹서비스사업 추진단장 윤심 부장(41)을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윤심 상무보는 전자태그(RFID),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삼성SDS가 앞으로 육성할 차세대 전략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그 밖에도 지난 97년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3년 만에 임원이 된 최인아 제일기획 상무대우(44)와 올해 초 삼성SDI 창립 35년 만에 1호 여성 임원인 된 김유미 상무보 등이 스타급 여성 임원이다.


특히 충남대 화학 석사 출신인 김 상무보는 남자 박사들이 즐비한 2차전지 개발팀에서 '국보급 연구원'으로 불릴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기업 중에서는 KOTRA의 김선화 부장이 재계에 잘 알려진 스타 중의 스타다.


브뤼셀 무역관 부관장을 맡아오던 김 부장(40)은 최근 정보조사본부 통상전략팀장으로 발탁됐다.


여성이 팀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다 통상전략팀장은 KOTRA가 2002년 팀제를 도입하기 전엔 1직급 처장이 맡았고 지금도 고참부장이 맡아오던 요직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김 부장은 통상전략팀의 전신인 국제경제부에서 11년,유럽 통상 정책의 중심인 브뤼셀 무역관에서 8년간 근무해 KOTRA 내에서도 통상분야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무역협회에 근무하는 남편과 몇년씩 '눈물의 별거'를 해가면서도 험한 해외 무역관 생활을 마다 하지 않아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화석유화학의 유일한 여성 엔지니어인 김지혜 대리는 미래 임원을 꿈꾸는 '예비 스타'중 한 사람이다.


재계 관계자는 "성비를 고려하지 않고 실력으로만 채용하거나 인사를 실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 직원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스타급 여자 임원들도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여성들이 소비의 주체로 급부상하면서 앞으로 여성 인력의 중용은 기업 경영의 필수 항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