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가(家)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21일 차남인 박용오 전 그룹회장이 검찰에 비자금 조성 및 외화 밀반출 등의 혐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한차례 비방전을 가진데 이어 22일엔 3남인 박용성 신임 그룹회장측이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박용오 전 회장을 맹비난했다.


박 회장측은 이번 경영권 분쟁을 "박용오 전 회장의 그룹 경영권 탈취 미수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정서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용오 전 회장측은 "경영권 탈취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박 회장과 박용만 (주)두산 부회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반박문을 발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양측의 이 같은 맞대응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미 '건너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만큼 화해를 통한 봉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박용성 그룹 회장은 이날 본사인 두산타워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용오 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두산산업개발의 경영권을 비정상적으로 가져가려다 실패하니까 몽니를 부린 사건"이라면서 "박용오 전 회장은 이전까지 두산산업개발에 관심 없다가 부채비율이 떨어지는 등 회사가 좋아지니까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여러가지 정황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경영승계에 대해서도 " 회장은 대주주의 합의 하에 대주주의 대표로 있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90%가 합의해서 회장이 됐는데 정당한 승계가 아니라는 박용오 전 회장측의 주장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분율이 0.7%밖에 안되는 사람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경영권 탈취"라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인데 다만 상대방이 같은 집안이고 같은 대주주라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투서 내용에 대해 검찰이 조사하면 떳떳하게 나가서 응하고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용오 전 회장측은 "동생들의 비리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며 "경영권 탈취를 위한 시도는 1%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용오 전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신전자 사장이 사업이 어려워 아버지 지원을 받았다고 하지만 전신전자 부채비율은 28%에 불과하다"며 "곧 추가적인 비리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다음 주 월요일 그룹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 그룹 본사와 검찰청을 방문,규탄집회를 갖기로 했다.


노조는 이날 "두산그룹이 17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분식회계 등을 일삼은데다 조성자금으로 사조직 관리와 노조탄압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그룹 내부폭로를 통해 알게 되니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홍열·유창재·창원=김태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