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들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때 '스타'로 부상한다. 단순히 많은 양의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 좋은 상품을 저가에 공급해 대박을 터뜨려야 '빅(Big)바이어'의 명성을 얻는다. 대박은 유통단계가 복잡한 농수산물에서 많이 나오는 추세다. 공산품보다 농수산물 담당 중에 빅바이어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빅바이어는 보통 한 회사에 3,4명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 이들은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아무도 개척하지 않았던 '블루오션'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유통노마드(nomad)'. 신세계 이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는 주부라면 금석헌 과장의 작품을 한 번씩은 접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산물 담당인 금 과장은 지난 3월 이후 주부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마트 원양 동태'를 발굴한 주인공이다. 그는 원양어선과 직거래를 터 당시 2~3단계의 중간유통마진을 완전히 없앴다. 그리고 매장 판매가격을 경쟁사보다 30% 이상 낮췄다. 주부들이 몰리고 판매량은 10배 가까이 늘어 지금은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 이마트의 제주도산 은갈치는 그의 끈질긴 발품 덕이다. 수요가 많은 은갈치의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그는 몇년 전 제주도 내 수협을 직접 들렀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가만 있어도 더 달라고 야단이고 거래해 온 중간상인들과 안면도 있고 이문이 더 남는 것도 아닌데 귀찮게 할인점 바이어를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중도매인들의 핀잔만 듣고 발길을 돌리기를 수차례.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판로를 책임지고 중간상인보다 유리한 조건에 사주겠다고 매달려 결국 6개월 만에 수협관계자들의 승낙을 얻어냈다. 가격이 싸면서도 싱싱한 활어를 맛본 할인점 고객들이 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다. 이젠 한국의 대표 간식인 '초코파이'와 쌍벽을 이루는 '찰떡초코파이'. ㈜삼진이 생산하고 있는 이 제품은 한국까르푸의 빅바이어 정종덕 과장의 '작품'이다. 라면,쌀을 담당하는 4년차 바이어인 정 과장은 입사 후 6개월 만인 2003년 3월 찰떡초코파이를 선보인 한국까르푸의 대표 바이어다. 기존 초코파이의 텁텁한 맛을 일정 연령대 이상에선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 착안,나이 드신 분들도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도록 ㈜삼진과 손잡고 '찹쌀'파이를 내놓은 것. 첫 출시 이후 지난달 현재 판매된 찰떡초코파이는 103만여개,13억2000만원어치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는 여성 빅바이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의류팀 정은숙 아동복담당 바이어는 설날,어린이날,크리스마스 등 대목이면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5월 어린이날에는 좀체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를 감안,연예인 초청행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5000원짜리 캐릭터 의류를 미끼상품으로 내걸고 완구와 아동복을 연계한 공동프로모션을 펼쳐 대박을 터뜨렸다. 롯데마트 청과담당 신경환 바이어는 '당도 보증하는 수박'을 도입,대박 신화를 낳았다. 지난 5월19일 수박매장에 당도 측정기를 설치,수박이 달지 않으면 전량 환불 또는 교환해 주는 '위험한' 판매에 나선 것. 지난달 13일까지 진행된 행사기간 동안 전년대비 47%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환불·교환된 건수는 1만통에 2건 정도인 0.02%에 그쳤다. 신 바이어는 "수정 후 40 ~ 45일 가량이면 따던 수확시기를 3~4일 늦춰 당도가 최고가 될 때까지 기다린 다음 무게별로 선별할 때 비파괴 당도측정기로 당도를 함께 측정해 기준통과 제품만 매장에 들여 놓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마트의 이규철 채소,마기환 가공식품,이창욱 청과담당 바이어,홈플러스의 임찬규 문화스포츠,최인정 주류음료,롯데마트의 김보윤 레저스포츠,서근석 홈데코,조정욱 채소 담당 바이어 등도 할인점업계의 빅바이어들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