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3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자리잡은 삼성전자(75,100 -0.66%) 수원사업장.


윤종용 부회장 주재로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LCD(액정표시장치) 등 주요 사업부 총괄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가 열렸다.




상반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탓인지 사장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분위기도 무거웠다.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순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환율 급락과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을 겨우 웃돌 정도로 악화됐다.


이날 윤 부회장은 "더 이상 환율을 갖고 탓하지 말고 외부의 돌발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이 정도로 고전했다면 다른 기업들이 느꼈던 고충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연초 달러당 원화 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달러당 150원까지 떨어진 반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결과 수출 채산성은 하락하고 제조원가는 급등하게 돼 웬만한 구조조정으로도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게 됐다.


수출의 양대 축인 자동차 전자가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해까지 제품 가격이 좋았던 석유화학제품 등도 된서리를 맞았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경영에 임하는 주요 기업들은 일단 상시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위기관리에 치중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확충하는 데 나설 계획이다.


특히 불황일수록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한다는 전략 아래 비장의 '블루오션'형 발전전략을 가다듬는다는 방침이다.


◆상시 구조조정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비데 유무선전화기 전기밥솥 등을 생산하는 소형 가전 전문업체 노비타를 전격 매각한 것을 신호탄으로 비주력사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일반형 전자레인지와 8mm 캠코더 등 단순 기능을 갖춘 저가형 제품들도 내년 말까지 전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7월 초 베트남에서 열리는 사업전략 회의를 주재하면서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전략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134,000 +0.37%)는 지난해 밥솥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선풍기 사업도 접었다.


또 가습기와 청소기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제품만 생산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해외법인의 경영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익을 못 내고 사업전망이 어두운 법인에 대해서는 즉각 구조조정에 들어가도록 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이를 통해 월드베스트 제품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줄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SK텔레콤(56,300 -1.75%)도 휴대폰 단말기 제조 자회사인 SK텔레텍 지분 60%를 팬택 계열에 넘겼다.


SK텔레텍은 지난해 43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냈지만 의외로 정리대상에 올랐다.


SKC는 지난해 신규사업으로 육성키로 했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일단 보류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OLED 분야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최태원 SK㈜ 회장은 에너지와 통신을 양대 축으로 한 '선택과 집중'전략을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화석유화학 역시 지난 5월 발전회사인 한국종합에너지(KIECO) 지분 38.25% 전량을 포스코에 2229억원에 매각,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성장엔진을 찾아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얼마 전 가동에 들어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발판으로 현지 시장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다는 전략 아래 올 하반기 중 6~7종의 신차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경쟁이 치열한 유럽시장 점유율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수 있도록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판매거점을 대폭 확충해나가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이를 통해 오는 2008년까지 '글로벌 톱 5'목표를 반드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BcN(광대역통합망) 콘텐츠경쟁력 강화 등을 앞세워 올 하반기에 신수종 사업 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KT가 가장 많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로 현재 기술로도 언제든지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현대중공업(85,600 -4.46%)은 중국 중장비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정하고 현지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4억4220만달러로 확정했다.


삼성중공업(5,390 -2.36%)은 중국이 바짝 추격해오는 유조선ㆍ컨테이너선 비중을 줄이면서 유럽이 절대 우위를 점한 크루즈선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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