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등학교 출신 군(軍) 인맥이 급부상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의장 국방부 차관 1군사령관 등의 요직에 경기고 출신이 대거 진출,군 실세 그룹으로 뜨고 있는 것. 이들은 한때 우리나라 정·재계 및 관계를 대표했던 'KS'(경기고-서울대 출신)를 빗대 군내 'KY(경기고-육군사관학교 출신)그룹'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이상희 합참의장(경기고 60회)이 KY그룹의 맏형 격이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이 의장은 1964년 경기고를 졸업했으며 육사 26기로 군에 발을 들여놓았다. 상위 20%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지만 서울대 입학시험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아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 70년 임관한 이 의장은 제30기계화보병사단장,국방부 정책기획국장,합참 전략기획본부장,합참 작전본부장,3군사령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임관 35년 만인 올 3월 제32대 합참의장에 취임했다. 육·해·공 3군 통합군 체제 전환 방침에 따라 합참의장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군의 핵심으로 뜨고 있다.


지난달 26일 임명된 황규식 국방차관도 KY그룹의 핵심 멤버다. 황 차관은 이 의장의 고교 2년 후배(62회)지만 육사는 같은 해에 입학한 동기 사이다.


고향 역시 이의장과 같은 강원도(철원)다.


2003년 국방대 총장을 마지막으로 전역,인하대에서 2년여간 교편을 잡다 국방부로 복귀했다. 22사단장,육본 인사참모부장,2군단장 등을 거치면서 야전과 정책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정책을 챙기고 있다.


김병관 1군사령관(육사 28기)은 황 차관의 경기고 1년 후배(63회)로 2사단장 합참 전략기획부장 7군단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화공과를 한 학기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진로를 바꿔 육사를 지원했다.


육사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 기록을 지닌 수재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손자병법에 통달한 전술의 대가로 통한다. 사단장 시절 오전 8시에 시작한 전술 강의를 저녁 6시에 끝낸 것은 유명한 일화로 회자된다.


또 참모 등이 보고를 위해 방에 들어서면 바로 원탁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동등한 위치에서 보고를 받을 정도로 격의를 따지지 않는다.


경기고 64회인 김태영 합참 작전본부장(육사 29기)은 4년 선배인 이 합참의장을 직접 보좌하고 있다.


국방부 국제협력관과 수방사령관 등 웬만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 의장도 2002년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바 있어 둘 사이의 인연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서울 상대에 낙방,재수 후 육사에 입학했다.


육사 시절 우수생도로 발탁돼 독일 육사에서 유학도 한 그는 육사29기 선두주자로 꼽힌다.


김록권 육군 의무감(준장)은 경기고 70회로 KY그룹의 막내 격이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했으며,육군 국군대전병원장 국군군의학교장 등을 거쳤다.


이들 장성급 외에 영관급 장교들도 많다.


한국군 장교로는 처음으로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사령부 민사처 선거지원과장을 지낸 전인범 대령(경기고 73회,육사 37기)은 지난 1월 이라크 선거 지원을 진두지휘한 공로로 미국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화랑 무공훈장도 받을 예정인 전 대령은 최근 귀국해 특전사령부 연구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전 대령의 경기고 및 육사 동기인 김봉기 대령은 21사단 연대장을 맡고 있다.


경기고 75회로는 유성식 대령,최경식 중령,오효석 중령(이상 육사 39기)과 김선일 중령,김해석 중령(이상 육사 40기) 등이 있다.


김태영 본부장과 경기고 동기인 홍두승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특정고 출신이 비슷한 시기에 군의 요직을 이처럼 많이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상훈 전 국방장관(48회),도일규 전 육참총장(56회) 등이 요직을 맡기도 했지만 대부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