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는 ▲41조원대 분식회계 ▲이를 이용한 9조2천억원 대출사기 ▲200억달러(25조원) 해외도피 등 크게 세가지다. 그 외에 송영길 의원, 이재명 전 의원 등에 대한 불법정치자금 제공 및 공정위의 독점규제법 위반 고발사건이 있고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사용 의혹이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지면 범죄혐의는 더해질 수 있다. 전직 대우 임원들이 "김 전 회장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분식회계 와 관련해 최고 징역 5년과 23조원이 넘는 추징금을 선고받은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 사법처리 수위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혐의= 2001년 3월 발부된 체포영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97년∼1999년 3년간 마이너스 전표를 전산입력하는 방법으로 장부상 부채를 줄이고 자본금을 늘려 ㈜대우 등 4개 계열사에 총 41조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장부를 조작해 기업 재무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무보증회사채를 마구잡이로 발행한 뒤 나중에 갚지 않은 채무가 9조2천억원에 이른다. 또한 영국에 있는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 등을 통해 200억달러(25조원)의 자금을 해외로 도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우측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송영길 의원과 이재명 전 의원은 모두 유죄가 확정됐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이 정도이지만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회삿돈 횡령이나 `대우 퇴출저지를 위한 정관계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로서는 일단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먼저 수사하고 기소하되 차후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기 때문이다. ◆중형선고 될 듯= 김 전 회장의 혐의 가운데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재산 해외도피 등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여지가 많다. 금년 4월 대법원이 대우그룹 분식회계에 관여한 임원들에게 최고 징역 5년(강병호 전 ㈜대우 사장)의 형과 함께 23조원이라는 사상최대의 추징금을 확정하면서 김 전 회장과 공모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2002년 11월 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은 금융기관 뿐 아니라 국민을 속이고 나아가 세계를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 것은 사법기관이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얼마나 엄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보증회사들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그 손해를 국민이 떠안게 된 것은 물론, 이른바 `세계경영' 이름으로 무모한 해외투자를 거듭하던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신뢰도에 얼마나 많은 해를 끼쳤는지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2년간 다른 대기업 집단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아픔 속에 수십년 경영하던 회사들을 처분하고 부채규모를 줄여가는 동안 대우그룹은 분식회계를 이용해 부실기업 인수도 마다않고 사업을 확장하며 범행했다"고 단죄했다. 하지만 `대우그룹 분식회계 재판'은 김 전 회장이 법정에서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김 전 회장에게도 변론할 기회는 남아있어 실제 재판에서는 종전의 기류가 완화될 여지는 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변론권과 방어권을 행사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귀국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을 위해 얼마나 유능한 변호인단이 구성될지, 김 전 회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법감정이 어떠할지도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보석ㆍ사면 가능성은= 검찰이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수사를 하고 구속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측은 기소 후 법원에 건강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김 전 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구치소생활이 어렵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구속 피고인에 대한 보석 요건을 엄격히 판단해온 법원 관례나 국민적 공분 등에 비춰 보석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 전 회장이 귀국 전 8.15 사면을 고려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수사 및 재판 일정상 8월 15일 이전에 형이 확정되기 어려운 만큼 이 가능성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