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 및 게임업체인 NHN의 최휘영(41) 국내담당 대표이사 사장은 몇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우선 그는 코스닥시장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NHN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벤처기업의 대표가 거의 모두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창업주이거나 최소한의 지분 출자자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그래서 NHN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제 하루 (주가가 올라) 엄청 많이 벌었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아주 당혹스럽다고 한다.


그가 2000년 봄 인터넷 기업에 투신하기 전의 직업은 벤처하고는 거리가 있는 기자였다.


그것도 정치부 기자.

인터넷 기업 창업붐이 일면서 일부 기자들이 `닷컴행'을 감행했었지만 소위 '잘 나간다'고 하는 정치부 기자가 포털업체에 간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변신의 계기는 우연히 마련됐다.


뉴스전문 케이블TV 방송인 YTN에서 세계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상을 다룬 '디지털 미디어의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스스로 기획해 제작하고 부터다.


"특집을 만들면서 국내 포털사이트를 들여다보니까 '조금만 손을 보면 정말 재미있게 꾸밀 수 있을텐데...' 한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바쁜 기자생활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은 못하니까 몸이 막 아파 오더라구요. 그래서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가 그해 5월에 YTN을 그만 두고 야후코리아로 갔을 때의 상황이다.


기자 출신이 벤처로 자리를 옮긴 후 5년도 채 못돼 '대박' 성과와 함께 실무 및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까지 오른 것 역시 희귀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래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적어도 외형상의 수치를 통해 1차 경영능력 평가테스트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최고경영자가 된 이래 첫 분기인 올해 1.4분기 실적이 매출액이 13.5%, 영업이익이 32.4% 각각 확대되는 등 시장예상치 이상의 좋은 결과를 나타낸 것.


그러나 언제 어떤 경쟁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품을 가지고 시장을 공략해 업계를 뒤흔들어 놓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벤처의 속성이다.


"포털의 개념 자체가 이제 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요즘 신문사 웹사이트에서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걸 신문사라고 볼 수 있습니까? 또 신문 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생산하는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하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개념의 신문.방송도 없어질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2000년 검색 부문인 네이버닷컴과 게임 사업 부문인 한게임이 합병해 만들어진 NHN은 꾸준히 새로운 상품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그간 네이버를 검색시장 정상(4월 코리안클릭 집계로는 페이지뷰 점유율 68%)으로 올리는데 가장 기여한 것은 소위 지식인(iN)이라고 하는 것.


"검색DB를 어떻게 ??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것이 지식인입니다.


네이버를 찾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묻게 하고 또 역시 그 답을 알고 있는 네이버 방문객이 답변을 해 주도록 하면 양질의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해 그 틀을 만들어주게 된 것입니다.


모르면 묻고 알면 답을 해 줘서 스스로 내공을 쌓도록 함으로써 스스로가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칭송 받고 뿌듯함을 느끼도록 하니까 네티즌들이 열광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 대표가 열성을 쏟아붓고 있는 검색 분야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내는 데는 포털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이 튼튼한 밑받침이 됐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애들은 학교 숙제를 아주 잘 해갈 수 있었죠"


그는 이렇게 학교시절을 회상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전과가 있는 집 애들은 그런대로 흉내는 낼 수 있었고 그것 마저 없는 애들은 숙제를 아예 해가지 못한 일도 있었다.


"권력이나 부의 차이에 의해서 지식격차가 생기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환경의 변화이기도 하구요."


최 대표가 '돈이 안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산동아백과측과 함께 열심히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나가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는 요즘 특히 책 검색 분야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부터 본격화한 책 본문보여주기 서비스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본문DB량을 크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의 생각으로는 책은 인류의 정신적 자산을 집대성한 것. 그런데 그 책을 도서관 색인목록에서는 대개 제목으로만 찾을 수 있고 서점에서는 신간이나 스테디셀러 중심으로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그는 주목했다.


그는 출판사를 다니면서 "책을 살 때는 몇 쪽이라도 보고 사지 않느냐. 인터넷을 통해 책 내용을 부분적으로라도 보고 살 수 있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결국 '북토피아'에서 5만권의 책 DB를 가져온데 이어 예스24, 알라딘 등 7개 인터넷서점도 회원으로 가입, 네티즌들이 책의 본문을 보고 구입여부를 결정하면서 값도 가장 싼 곳에서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레포트와 논문 검색 역시 네이버를 찾은 네티즌들이 얻고자 하는 지식을 최대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고안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거기에 최 대표는 지식과 정보의 가치중립, 또는 무색무취성을 중요한 요소로 덧붙인다.


가치중립적인 뉴스를 생산해 내는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24시간 뉴스 전문 케이블TV 방송인 YTN에서 기자생활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네이버는 독자적인 취재망을 구축해서 뉴스를 생산해 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또 특정 언론사를 소유하거나 투자하지 않습니다.


정보 중심 포털로서 정보소비자가 공평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자적인 취재망을 갖추게 되면 정보가 '메시지'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네티즌들을 예를 들어 "이 포털은 무슨 색깔이 있네"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 방송카메라의 촬영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


동영상 자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같은 ▲정보의 공평성 추구 ▲지식격차의 해소 의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에 걸맞는 뉴스 및 지식의 정돈 ▲지식인(iN) 개념은 네이버가 검색시장의 정상에 도달케 하는데 큰 힘이 된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포털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까지도 치열하게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게 될 분야는 검색 분야라고 강조한다.


"MS는 컴퓨터시스템을 켤 때 데스크톱에서 바로 검색창을 띄우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익스플로러를 구동시켜 네이버나 구글을 통해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 검색창을 보여주는겁니다.


거기다가 웹에 있는 정보만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디스크 안에 있는 정보도 검색해 준다는 것이지요.


그런 시점에 우리는 여전히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찾을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되게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검색 분야는 게임, 쇼핑 등과 함께 수익모델이 가장 빨리 찾아진, 몇 안되는 인터넷 분야 중 하나이며 성장속도도 무지하게 높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한국처럼 토종포털이 검색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까운 일본도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야후의 비중이 80%나 되는 등 세계 검색시장에서는 구글이나 야후가 주름잡고 있다.


NHN의 양대 사업부문 중 다른 하나는 게임. 게임도 기존에는 보드게임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있다.


"올해는 캐주얼 게임이나 대작게임 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크로드를 3.4분기에는 유료화할 계획인데 그게 엄청난 대박을 터트릴 지 지금 아무도 모릅니다.


평소 매출이 게임 부문 반, 광고(검색.배너 광고) 반이지만 올해는 광고 쪽이 조금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는 어떤 해는 광고 부문이 높고 어떤 해는 게임 부문이 더 많아지는 등 포트폴리오가 구성이 잘 돼 있다고 설명한다.


NHN이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일단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도 게임이다.


아직 검색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현지의 언어나 문화의 문제 때문에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검색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지만 기본적으로 야후가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가지고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올해는 미국에 직접 진출하든지 아니면 다른 영어권 국가를 선정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게임을 가지고 승부를 겨룰 준비를 하고 있다.


NHN에서는 이같은 해외부문 사업을 최 대표 말고 또 한 사람의 각자대표인 김범수 대표이사 사장이 맡아 진행시키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기업이라고는 하지만 NHN도 쓰린 경험을 갖고 있고 어떤 부문에서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NHN은 2003년 하반기에 13-18세 연령 청소년을 위한 제3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엔토이'를 했다가 반응이 기대 만큼 없어 곧바로 접는 아픔을 겪었다.


미니홈피 부문에서도 명함을 자신있게 내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싸이월드 같은 모델이 있으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렇지만 네이버라고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한 것도 아니고 우리의 목표도 아닙니다"


최 대표는 일부 커뮤니티 서비스 분야에서 네이버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리 개의치는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다음이나 네이트 등은 경쟁업체이기도 하지만 시장을 함께 확대해 나가는 동반자들입니다.


주변에서 네이버가 왜 싸이월드를 못 이기느냐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게 언젠가 필요하고 네이버가 해야 할 것이라면 고민도 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그것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투자해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IT 분야의 경쟁력을 어떻게 해외에서 강화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NHN은 올해 매출 3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초 NHN의 국내 축을 떠맡은 최 대표가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 만큼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최 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언론사에 입사, 기자생활 10년 중 처음 절반은 연합뉴스, 후반 5년은 YTN에서 보냈다.


2000년에 야후코리아 뉴스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2년에 NHN의 네이버본부 기획실장으로 스카웃됐으며, 지난해 네이버부문장이 됐다가 올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서울=연합뉴스) 강일중.박진형 기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