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23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음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기업인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던 분야인 클래식 음악계, 특히 실내악 발전과 음악영재 발굴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전폭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음악인들을 지원했고, 이 외에도 예술의전당 이사장,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장,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 등을 지내면서 문화계 전반에 걸쳐 대표적인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음악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기업가로서 박 명예회장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후원했던 이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김용배 사장은 "함께 의욕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몇 개 있었는데 결실을 보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며 "음악계의 큰 별이 졌다"고 애도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말이 안 나오더라"며 "음악계에 이만한 분이 안 계셨는데 정말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제자인 손열음(19) 양에 대한 박 명예회장의 각별한 애정을 언급하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손양은 박 명예회장이 발굴해 키운 대표적인 음악영재. 김 교수는 "열음이 관계로 은혜도 많이 입고 더 가깝게 지냈던 분이라 개인적 슬픔이 정말 크다"며 "어떻게 이 슬픔을 표현해야 할지, 이 분을 추모하는 길은 음악을 통한 것 밖엔 없는데 어떤식으로 해야 할지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연주를 떠나는 길이라는 열음 양은 전화통화에서 "외국공연 갈 때면 용돈도 주시고, 직접 외국으로 공연보러 오셔서 응원까지 해 주시고 친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며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도 미국으로 달려가는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교수(서울대)는 "어려운 클래식 음악계, 특히 음악영재들을 키우는데 모든 걸 바치셨던 분"이라며 "음악계의 큰 기둥이 너무 일찍 쓰러지셔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금호문화재단이 창단한 금호현악4중주단 멤버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 씨는 "재정적으로 더 많은 후원을 하는 이는 앞으로 또 나올지 모르지만 순수한 마음으로까지 후원하는 이는 그 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금호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의회 직원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역 은퇴 후 문화계 일에 전념하면서 아무래도 가장 아꼈던 이들이 바로 재단과 메세나협의회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금호문화재단 안영리 팀장은 "정말 특별하신 분인데 갑자기 가셨다"며 눈물을 흘렸고, 메세나협의회 박찬 국장은 "회장께서 돌아가셨다고 직원들이 눈물 바다가 되는 곳은 아마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며 슬퍼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