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관이스트 4층. 매장 한편 'PSR(Personal Shopper Room)' 문패가 붙은 방에서는 '미니 패션쇼'가 열리고 있었다.


초고소득층을 상대로 명품 신상품을 선보이는 일명 '트렁크쇼(Trunk Show)'였다.


일반 고객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50여평에 불과했으나 갈색 통나무 재질의 집기에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고급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관객은 주부로 보이는 30~50대 대여섯 명.플라워 프린트의 여름 신상품을 맵시있게 차려 입은 모델이 다가오자 옷을 직접 만져 보고 착용감을 묻기도 했다.


"프랑스산 명품 여성 정장 '크리스챤 라끄르와'로 한 벌에 300만~400만원 한다"고 옆에 앉은 백화점 직원이 귀띔했다.


4명의 모델이 워킹을 끝낸 후 제품 스타일리스트들이 최근의 패션 유행과 신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트렁크쇼는 고객들이 맘에 드는 정장을 한 두 벌씩 주문할 때까지 30~40분동안 진행됐다.


백화점 업계에 갤러리아처럼 고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트렁크쇼가 확산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맴버스클럽에서 월 2회 정도 쇼를 연다. 현대백화점도 쟈스민룸에서 트렁크쇼 겸 재태크 강좌를 수시로 갖고 있다.


트렁크쇼란 일부 고소득 고객에게 값비싼 고급 보석을 판매할 때 트렁크에 담아 보였다는 데서 비롯된 용어.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트렁크쇼를 도입한 갤러리아는 명품관이스트와 웨스트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중 신상품이 들어오면 해당 브랜드를 주로 구입하는 S(Super)VIP고객들에게 연락,일정을 잡는다.


요즘은 한 달에 3~4회 정도 연다.


SVIP는 연간 3500만원어치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특별관리 대상 고객으로 약 400명이다. 주로 중소기업 사장 부인이나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로 백화점 전체 고객의 4%를 차지한다. 하지만 명품관에서 구매하는 금액은 전체의 32.9%나 된다.


갤러리아는 초기에는 엄선된 200명에게 트렁크쇼 초청장을 보내다가 올 들어 모든 SVIP 고객을 초청,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트렁크쇼가 한 번 열릴 때 참석하는 고객은 5~6명 정도입니다. 참석 희망자가 많을 때는 하루에 두 차례 쇼를 열기도 하지요." 백화점측은 참석 고객의 90%는 현장에서 상품을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참석 고객이 모두 총 3000만원어치 이상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는 SVIP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쇼 초청은 물론 연극·영화 입장권 예매 업무,여행지 여행사 소개·예약·식당 추천 등 집사(Butler)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쇼에 참석할 때는 별도의 전용주차장에서 발레 파킹서비스를 하고 주차장 입구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매장을 지나지 않고 곧바로 행사장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쇼가 열릴 때는 고객 전용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는 '쇼핑도우미(Personal Shopper)'가 동행,고객들이 상품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쇼핑 도우미는 유명 의류 스타일리스트팀과 유명 의류 매니저 및 운영요원 2명(여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쇼가 열리는 PSR는 별도의 피팅룸과 화장실,휴식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명품들로 꾸며져 있다.


오리엔탈 무드의 각종 집기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장식된 각각의 공간을 구분하는 간이벽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명작가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화장실 입구에 흰색도자기 모양으로 만들어진 세수대도 유명공예가의 작품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관계자는 "쇼 참석 대상자를 늘린이후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며 "트렁크쇼를 통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배로 뛰었다"고 귀띔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