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하면 떠오르는 차는 '뉴 비틀'과 '골프'다.


뉴 비틀은 특히 여성 운전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고,골프는 전세계적으로 한 해 70만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카다.이들 두 모델 때문에 폭스바겐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인 차만 생산하는 메이커란 오해를 받아왔다.


이같은 인식을 단번에 없애줄 차가 '페이톤'이다.페이톤은 세계 4위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이 대형승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럭셔리 세단이다.벤츠의 S클래스,BMW 7시리즈,렉서스 LS430 등을 겨냥해 개발됐다.


페이톤의 외관은 여느 고급차처럼 화려하지는 않다.하지만 당당하면서도 중후함을 풍긴다.실내 디자인 역시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돼 있다.최고급 천연 가죽으로 된 시트와 단풍나무 패널은 튀지는 않지만 은은한 느낌을 준다.


첨단 장치와 편의 장치도 동급 최고 수준이다.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뒷좌석까지 개별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시트를 최고 18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속도에 따라 앞차와의 안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자동거리조절장치(ADR)도 장착돼 있다.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시승 코스는 폭스바겐 본사인 독일 볼프스부르크부터 페이톤 생산공장이 있는 드레스덴까지 2백50km.시승차는 12기통 롱휠베이스의 가솔린 차다.시동을 걸었다.엔진 소리는 소음이 적기로 정평나있는 렉서스 LS430에 견줘 손색이 없을 만큼 조용하다.폭스바겐이 만든 차가 맞나 싶을 정도다.사실 폭스바겐이 제작한 차는 조용한 편은 아니었다.


페이톤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자동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페이톤엔 V형 6기통 엔진을 붙여 W자로 만든 12기통 엔진(배기량 6천㏄)을 달았다.최고 출력 4백20마력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백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6.1초에 불과할 정도로 힘이 좋다.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3백km를 달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순식간에 튀어나간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2백km를 넘어선다.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속도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고속 주행에서도 차체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코너를 돌 때도 땅에 착 달라붙는 접지력이 돋보인다.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승차 모드를 '컴포터블'(세단 모드)과 '스포츠'로 선택할 수 있다.


페이톤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타는 차로도 유명하다.슈뢰더 총리는 페이톤을 2대나 갖고 있다.


페이톤은 드레스덴에 있는 유리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고객은 자신의 차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하루 생산량은 30여대에 불과하다.폭스바겐이 만든 차는 실제 운전해보면 더욱 그 가치를 알 수 있다.페이톤 역시 마찬가지다.


드레스덴(독일)=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