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 단국대 상경학부 교수 > 자본비용이 높고 자본소모가 빠른 경영환경하에서 효율적인 자본사용과 비용절감은 기업활동의 중요한 목표다. 이런 이유에서 고용의 유연성은 필수다. 특히 대표적인 조립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경우 고용 유연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자동차산업에서 고용유연성을 높이려면 사내하청 운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자동차산업은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경제 상황에 따른 수요변동이 심하다. 2∼3년마다 신차를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공정 재편, 확대, 축소 등과 관련하여 인력의 전환배치가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불법파견을 빌미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잘못이다.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수는 2001년 3백60만명에서 2002년 3백80만명, 2003년 4백60만명, 2004년 5백40만(노동계는 8백16만명으로 주장)으로 증가했다. 3년새 무려 2백20만명(연평균 17%)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취업자 수는 기껏 1백75만명 늘어나 연평균 1.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증가시킨 셈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고용보호가 지나치게 심한 점을 이유로 지적한다.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는 OECD국가 중 가장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고용보호가 심하면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신규채용을 꺼리게 된다. 비근한 예로 일본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증가는 부분적으로는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록해왔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의 바탕에는 일부 대기업 노조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노조가 현대차의 불법파견 근로 판정을 놓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워 총파업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터무니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시장경제 하에 살고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2005년말까지 비정규직근로자 임금을 정규직의 85%가 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규모는 26조7천억원(한국경제연구원)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또 현대차 불법파견을 빌미로 노동계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업체 정규직화를 실현시킨다면 그 후유증은 얼마나 클 것인가. 현대차의 울산, 전주, 아산공장만 해도 하청업체수 1백27개, 근로자 수는 8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차의 하청근로자가 정규직화 된다면 자동차업계는 물론 전산업계 또한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뻔하다. OECD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실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비정규직 보호를 완화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벨기에,스페인,독일 등 경제 선진국들은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 노동계, 경영계가 합심해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높은 임금인상과 고용보장 혜택을 누려온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어느정도 양보해야 한다. 한국개발원(KD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임금이 빠르게 상승한 산업일수록 신규고용, 특히 청년층의 고용이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과 경직된 고용관행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고용경직성과 고임금 등 기업환경의 악화가 결국 기업을 밖으로 내몰아 국내 산업공동화 위기마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노·사·정이 1987년이후 6차례에 걸쳐 ‘사회연대협약’을 맺고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경제를 살렸다. 아일랜드의 1인당 소득은 1990년에 1만달러, 1998년에 2만달러, 2003년에 3만달러를 기록했다. 1인당 소득이 5만달러를 넘는 룩셈부르크는 세계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3%이고, 다음으로는 미국이 4%로 2위, 3위는 7%인 영국이다. 경제가 살면 비정규직은 사라진다. 우리는 지금 온 국민이 합심하여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 dupark@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