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東根 < 명지대 교수ㆍ경제학 > 새해 들어 모처럼 보이기 시작한 경기회복 조짐이 환율 하락과 고유가 행진으로 다시 꺾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경기회복을 선(先)반영하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가 상승세도 1,000포인트를 고비로 맥없이 무너져 경기회복 기대감이 무색해지고 있다. 작년에도 수출 호조와 주가 상승으로 경기회복이 기대되었지만 고유가와 중국 쇼크 등으로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일시 회복 후 다시 침체)을 경험한 바 있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예상치 못한 시기'라는 위안화 절상 발언도 우리가 안아야 할 부담이다. 따라서 '더블 딥'을 그저 기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 경제는 지난 2년간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극심한 내수 침체로 잠재능력 이하의 성장률을 실현했다. 올해에는 대외 여건의 악화로 수출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둔화를 만회할 만한 내수 진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올해 역시 낮은 성장률에 머무를 개연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저성장이 구조화되고 저성장 추세는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일은 단순한 경기회복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며 정상적인 성장궤도 안착 여부를 가늠하는 관건인 것이다. 반짝 회복의 '더블 딥'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외악재 요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원유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산업구조 개편과 원화가치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기업경쟁력 제고 등은 단기 과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수출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내수활성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일차적 대안으로 재정의 조기 집행과 공공 부문을 통한 경기부양이 내수 진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숨은 비용'을 초래케 해 지속적 효과를 갖기 어렵다. 정부의 개입에 앞서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민간 부문의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제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시장 중심의 정책기조를 분명히 함으로써 기업 및 가계의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심리의 중요성은 연초 소비심리 회복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은 올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지수'의 개선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심리 회복은 '소비 여력'의 확충이 합리적으로 기대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소비자 기대지수 개선이 소비여력 확충에 의해 뒷받침되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소비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계 부채와 신용불량자,비정규직 확산에 따른 근로빈곤층 대두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심리를 개선시킨 것은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경제회복에 진력(盡力)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 올인' 다짐이 경제심리를 안정시킨 것이다. '실용주의 노선'으로의 정책 선회가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대기업의 특별상여금 지급과 맞물리면서 고소득층이 지갑을 연 것이 소비심리 회복의 단초가 된 것이다. 현재의 경기회복 조짐이 견고하지 못한 것은, 소비심리 회복이 고소득층에 국한돼 중산층 이하로까지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전 소득계층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결국은 고용문제로 귀착된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며 일자리 창출은 투자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따라서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활력 제고가 경기활성화 대책의 골간이 되어야 한다. 출자규제가 투자를 저해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벌이는 논쟁만큼 소모적인 것은 없다. 기업이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야 경쟁이 촉진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의 산소'가 필요하다. 실용에 입각한 시장친화적 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경제의 산소인 것이다. dkcho@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