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핵심인재 한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10시간짜리 면접을 볼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면접을 보기 전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당부를 받는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방에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한 사람의 특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과거 중국 구한말의 유비가 제갈 량을 상대로 삼고초려했던 것처럼 성심을 다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버클리대 등을 잇따라 순회하며 해외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재 확보를 위한 삼성의 노력은 이미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올라있다는 것이 정평이다. 그룹의 핵심인재를 △CEO급 대우를 받는다는 S(Super)급 △주력사업의 핵심추진인력으로 분류되는 A(Ace)급 △미래 S급 인력으로 양성 가능한 H(High Potential)급 등으로 분류해놓고 계열사 사업부별로 해마다 영입 목표치를 부여하고 있다. 계열사 사장들은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느냐 여부로 연말 인사평가를 받는다. 이건희 회장은 "당신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리고 있다. 이같은 방침 때문에 사장급이 아니더라도 연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삼성은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직군별 인사관리 정책의 초점을 철저한 차별화에 두고 일반·사무직은 과감한 발탁인사 중심의 승격인사,연구·전문직에 대해선 성과급을 포함한 금전보상 중심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채용방식도 평균인재를 대량 채용하던 '그물형'에서 특화된 인재를 상시 채용하는 '낚시형'으로 전환했다. 우선 인력을 확보한 뒤 양성에 들어가는 '양어장식 관리'를 포기하고 양성된 인력을 필요한 때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영입한 핵심인재에 대한 관리도 철두철미하다. 이른바 멘토(mentor)제를 통해 맨투맨식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멘토는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이가 아들의 교육을 부탁했던 선도자의 이름 '멘토르(mentor)'에서 유래된 것으로 기업에서는 '경험과 연륜으로 상대방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S급 핵심인재 2명에 대한 멘토를 맡고 있다. 윤 부회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들과 정기적으로 면담을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그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영입인재들과의 면담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담이 끝나고 나면 윤 부회장은 직접 메모를 작성해 관련 부서에 업무 지시를 내린다. 또 다른 인재들의 멘토를 맡은 최고경영자들도 윤 부회장처럼 매월 핵심인재들을 만나고 난 뒤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할 뿐만 아니라 개선요청 사항을 받아들여 즉시 시행해야 한다. 만약 핵심인재가 석연찮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삼성은 특히 외국인 인재들에 대해 특별 관리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외국인이 입사하게 되면 일단 'Employee Guide Book'이라는 이름의 두꺼운 책자를 제공한다. 영어판 일어판으로 제작된 이 책에는 인사제도 편의시설 회사소개 정착정보 주거지 금융·의료시설 이용법 등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여기에 각 사업장에는 'Help Desk'라는 이름의 전담 지원조직이 설치돼 90여명의 인력이 배정돼 있다. 이들은 핵심인재의 크고 작은 집안 일과 차량 관리,해외 출장시 입출국 비자업무 처리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또 가족을 고국에 두고 홀로 생활하고 있는 핵심인재들을 위해 해외에 있는 가족들의 대소사도 챙겨준다. 예를 들어 부인이 일자리를 원할 경우 글로벌 인사팀을 통해 즉각 직장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