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두세배씩 급등한 종목도 수두룩한데 왜 이 종목만 문제 삼느냐." 주식시장이 한껏 달아오르자 본사에 때아닌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재미없을 것'이란 으름장에서부터 '잘 봐달라'는 애교섞인 청탁(?)까지 내용도 다채롭다. 전화하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코스닥에 투자한 개인들이다. 한 가지 과거와 달라진 점은 표현이 좀 점잖아졌다는 것이다. 대뜸 'X X…'라는 욕부터 내뱉고 보는 말투가 사라진 대신 자신의 논리를 설득시키려는 사례가 늘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장면은 활황증시의 대표적인 풍속도다. 벤처 거품이 극에 달했던 1999∼2000년에는 증권부 기자와 투자자들간의 입씨름은 하루 일과였다. 이후 코스닥이 5년간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증권 담당 부서의 전화통도 조용해졌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말이 있듯 작년까지 코스닥시장은 개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아왔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가 800∼900선을 오르내릴 동안 코스닥은 사상 최저점인 320선까지 추락했다. '코스닥 무용론'이 확산되며 거래소 2부시장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집과 땅을 팔고도 모자라 카드빚까지 끌어다 '올인'했다가 쫄딱 망한 개인들과 공모와 증자로 모은 자금을 고스란히 까먹고 얼마 안 남은 돈마저 대주주가 횡령,껍데기만 남은 일부 부실벤처들이 있었다. 지수 500선 위에서 바라본 코스닥시장의 가장 큰 호재는 역시 개인의 관심회복이다. 벤처육성이란 점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문제는 관심이 다소 지나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한달간 코스닥 주식 회전율은 93%로 전달의 54%에 비해 39%포인트 높아졌다. 코스닥 부활을 틈타 초단타와 '몰빵'(올인),'묻지마' 투자의 구태까지 되살아나는 듯해 우려스럽다. 기업 펀더멘털에 기초한 중장기 정석투자방법을 묻는 반가운 전화가 쇄도했으면 좋겠다. 이건호 증권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