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회장단회의와 이사회를열어 삼성 이건희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설 연휴 이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경련이 이 회장 카드를 포기하지 않고 재면담을 추진함에 따라 차기회장을 선출하는 오는 23일 총회 직전까지 정중한 고사를 택한 삼성측과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전경련이 공식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 회장이 승지원 회동에서 차기회장 추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강신호 회장이 밝혀 이 회장 대세론은 다시 불씨가 살아나게 됐다. ◆ "이 회장 밖에 없다" 강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차기회장 추대 경과보고를 통해 "어려운 결정이지만 이 회장이 우리나라 경제와 재계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내릴 것으로 믿고있다"면서 이 회장 추대 의지를 접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전경련은 그 시대의 대표적인 기업이 맡아서 이끌어야 하며 4대그룹총수와 같은 실세대표가 나서야 한다"면서 "총회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회장단에 차기회장 추대를 맡겨주면 회장단과 고문들이 중지를 모아 총회이전에 30대회장 후보를 확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사회 뒤 기자들에게 "설이 지난 뒤 (삼성측에서) 연락이 오면 승지원을 다시 찾게될 것 같다"면서 "이 회장의 차기회장 수락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이 승지원회동에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부각되면서 수락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 회장이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또 "이 회장이 삼성경영에 전념하는 것이 삼성을 위해서는 좋겠지만그만큼 크면 국가경제를 생각하고 전체를 리드하는 역할을 해줬으며 좋겠다는 것이우리의 기대"라면서 "그 분이 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살 수 있으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사회에 앞서 열린 회장단회의에서도 이 회장을 적극적으로 나서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차기회장 추대에 대한 정중한 고사 입장에는 변함이없다"면서 "설이후 재면담이 이뤄져도 기존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적극 검토" vs "잘 검토" 강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지도부는 이 회장이승지원 회동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을 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잠깐이나마 혼선을 빚었다. 강 회장은 이 회장이 처음에는 정중히 고사를 하다 회장단과 고문이 설득하자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을 했으며 회동 말미에 대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로 말을 바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점을 들어 이 회장이 전경련 차기회장 추대를 수락할 의사가 있다는점을 강조했다. 현명관 상근부회장은 그러나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적극 검토'라는 단어를 쓴기억이 안난다"며 곧바로 구수회의를 가졌으며 "'잘 검토하겠다'는 말이 적극 검토로 와전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강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이 회장이 차기 전경련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라면서 "차기 전경련회장의 향배는 설연휴가 끝난 뒤 이뤄질 추가 면담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