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야 나오너라 쿵짜자 짝짝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자 짝짝." 막걸리집에서 빈대떡 혹은 중국집에서 군만두 안주로 소주나 배갈을 마시고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노래하던 시절,노래를 못하거나 수줍어 우물쭈물하면 어김없이 이렇게 부추겼다. 도리없이 부를라치면 죄다 따라해 합창으로 끝나기도 일쑤였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흥겨운 노래는 흥겹고 비감한 노래는 비감했다. 박자야 젓가락 장단에 맞추면 되고 음정이 웬만큼 틀려도 누구 한 사람 타박하지 않았다. 단 가사는 외워야 했으므로 필요한 한두 곡을 제외하곤 영 별로인 카세트테이프를 사거나 '세광 애창곡 5백선'같은 노래책을 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어도 회식 끝에 노래하는 풍토만은 여전하다. 노래방 기계 덕에 가사는 못외워도 괜찮지만 대신 박자와 음정을 잘 맞춰야 한다. 반주가 있고 시작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표시해줘도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은 제때 시작하고 멈추는 게 영 간단하지 않다. 기계에 따라 각각이라지만 점수가 매겨지는 것도 신경쓰인다. 어떤 경우도 노래는 놀이고 따라서 잘하는 사람에겐 즐거운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고역이다. 친구끼리 노래방에 가는 것도 내키지 않거늘 업무차 내지 공식적으로 노래할 일이 생기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잘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많던 예전과 달리 노래방 명가수가 늘어난 오늘날엔 더더욱 그렇다. 음치클리닉에 다니거나 양동이를 뒤집어쓴 채 연습하기도 하지만 실력이 잘 향상되지 않는다. 모든 게 그렇듯 노래도 자신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한데 자신감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일정기간 포기하지 않고 훈련한다는 게 말처럼 수월하지 않은 까닭이다. 마침내 일본에서 '노래를 잘 부르게 해주는 알약'이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먹으면 목소리가 맑아지고 평소 어림없던 고음과 저음도 나온다는 것이다. "도레미파 솔라시도레미" 해봐서 올라가면 마음이 놓이고 자신감도 붙을지 모른다. 그러나 목소리가 탁하거나 높고 낮은음이 안돼 노래를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약을 먹고 용기를 내 혼자서라도 노래방에 자주 가서 연습을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