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파워가 기업을 이끈다." 국내 상장사 임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무한 기술 경쟁시대를 맞아 테크노 CEO와 CTO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고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간판 기업들은 이미 테크노 파워집단을 중심으로 기술경영의 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인재와 기술"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기술 두뇌 고르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 상장사 CEO 3명 중 한 명은 이공계 출신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해 6백68개 상장사의 대표이사(CEO)를 조사한 결과 전체 8백73명 가운데 32.4%(2백83명)가 이공계 출신으로 집계됐다. 대표이사 3명 가운데 한 명이 이공계 출신인 셈이다. 상경계열은 43.8%로 이공계 출신보다 많았으나 인문계열(13.5%),법정계열(7.2%)은 이공계 출신보다 훨씬 적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출신분야별(응답자 8백14명)로 볼 때 기술 및 엔지니어 출신 대표이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술 및 엔지니어 출신 대표이사는 1백11명으로 처음으로 1백명을 넘었다. 이는 전체의 13.6%로 2003년보다 무려 1.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에 반해 창업자 및 일가족 등 오너 일가의 대표이사는 38.3%(3백12명)로 2003년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또 영업·마케팅 부문과 기획부문도 각각 0.8%포인트와 1.8%포인트 줄었다. 재무 부문 출신은 1백6명(13.0%)으로 집계됐다. 등기 임원과 집행 임원을 포함한 상장회사 임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3천3백10명으로 전체의 40.3%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상경계열(37.1%),인문계열(12.4%),법정계열(7.1%)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공계 출신 임원은 전년보다 4백68명(1.1%포인트)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내 테크노 파워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등기 임원의 경우 2003년 1천1백47명에서 지난해에 1천1백55명으로 늘었다. 집행 임원의 경우 전체 4천1백37명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2천1백55명으로 52.1%에 이르렀다. 이는 2003년에 비해 4백60명이 늘어난 것이다. ○테크노 파워가 뜬다 삼성그룹의 회장 및 사장단 49명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21명.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11명의 경영진 가운데 7명이 이공계다. 윤종용 부회장,이윤우 부회장,이기태 사장,권오현 사장 등이 대표적 인물로,전자나 전기공학이 전공이다.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를 일궈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기의 강호문 사장,삼성토탈 고홍식 사장,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 사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화재(이수창 사장),삼성물산(정우택 사장),삼성에버랜드(박노빈 사장),제일기획(배동만 사장) 등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CEO로 활약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고경영자 36명 가운데 20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엔 김쌍수 부회장,백우현 사장,이희국 사장 등 스타 경영자들이 수두룩하다. 세계 가전업계에서는 김쌍수 부회장을 '백색가전의 대부',미국지역 기술고문인 백우현 사장을 '디지털 TV의 아버지'로 부른다.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희국 사장은 미국의 HP 연구소에서 스카우트됐다. 노기호 LG화학 사장과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도 화학분야의 간판 CEO로 꼽힌다. 보험회사인 LG화재 CEO인 구자준 사장도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자동차와 모비스,기아자동차에는 기계공학이나 자동차공학을 전공한 CEO가 많다. 김상권 사장,이현순 부사장,신현오 부사장,권문식 부사장,팽정국 부사장,이문희 부사장(이상 현대자동차),한규한 사장,홍동희 부사장(이상 현대모비스),김재만 부사장,신도철 부사장,이형근 부사장(이상 기아자동차) 등이 이공계 출신들이다. SK그룹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기계과)과 고 최종현 회장(농화학)에 이어 최태원 회장(고려대 물리학과)과 최재원 SK엔론 부회장(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이 이공계 출신이다.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SK케미칼 홍지호 사장,SK건설 문우행 부회장 등도 테크노 경영자다. 포스코에서는 이구택 회장을 비롯 강창오 사장,류경렬 부사장 등 금속공학과 출신들이 핵심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