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이렇게 대단하게 활약하고 있는데 정작 안에선 잘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집안에서 제대로 대접을 해줘야 밖에 나가서 기를 펴고 뛸 수 있는데…."(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2005 국제가전쇼(CES)' 현장에서 만난 LG와 삼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수출전사'로 활약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인색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화려하게 각광받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사회 저변의 두터운 반기업 정서와 규제 일변도의 기업정책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CES 전시장 안팎에서 국내 기업들의 위상은 눈부셨다. 전시회 기조연설자로 나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연설 중 삼성전자 LG전자 레인콤 등 한국 기업의 제품을 직접 소개하면서 하드웨어 분야에서 이들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시장도 한국 기업의 독무대였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한복판에 참가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약 7백평의 전시공간을 마련했고 LG전자 전시장의 규모도 일본 파나소닉에 이은 세번째였다. 전시장 바깥에 나붙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한국 기업의 광고선전물은 마치 국내 전시회를 찾아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LG와 삼성의 간판 CEO들이 새삼 '국내 분위기'를 언급한 것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해 말 최대 현안이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집단소송 관련법이 재계의 바람을 외면한 채 그대로 통과된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올림픽에서 메달 하나를 따도 온 국민들이 기뻐하고 성원을 보낸다. 글로벌 시장을 제패해 나가는 기업들에도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 CES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장경영 산업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