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 2004년은 우리 생명공학 기술이 세계무대의 중심에 선 첫 해였다. 황우석 교수 등이 인간배아 복제 및 치료용 줄기세포 추출·배양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황 교수팀의 업적은 바이오 분야에서 우리 최초의 원천기술이고 이 기술이 질병치료와 연결된다면 의료혁명과 함께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수 있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역시 줄기세포 치료와 장기이식 등 고장난 신기를 복원시키는 재생의학 분야의 큰 발전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의 자가 재생산과 분화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세포로 분화하게 만드는 분화기술 개발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이 기술을 치료현장으로 가져가기 위해선 기초적인 유전자 연구와 세포발달에 관한 기반연구가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이와함께 자연적으로 조직이 재생되지 않는 심장 신장 척추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직세포를 직접 이식,치료하는 세포치료 기술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5월 완공예정인 국가영장류센터는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줄기세포와 바이오장기의 전임상연구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바이오기술(BT) 발전과 더불어 인간을 비롯한 각종 동물 식물 미생물의 유전정보가 밝혀지면서 이를 이용한 신약개발전략에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10여년에 불과한 신약개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모방형 신약개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팩티브의 신약 승인으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질환 관련 단백질연구로부터 얻어지는 각종 정보 및 연구결과를 이용해 약리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새로운 선도물질을 창출,최적화해 후보물질로 개발하고 신약으로 개발되는 전주기적 파이프라인 인프라는 취약한게 현실이다. 산학연의 전문연구집단 경쟁이 아닌 협동연구를 통한 신약개발전략을 수립해야할 때다. 신약을 통한 질병치료와 함께 조기진단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도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은 조기발견시 95% 정도 완치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세계적인 암 전문연구소인 미국의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와 한국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질병인 위암과 간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유전자 마커발굴과 역학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바이오기술은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과 융합돼 새로운 산업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각광받는 분야는 환자와 의사가 휴대폰과 같은 통신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료서비스를 주고받는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이다. 바이오센서 기술과 통신기술이 결합된 일종의 유비쿼터스 시스템으로 바이오센서,바이오칩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나노 분야의 기술수준에 따라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복잡성이 증대되면서 사회와 대중들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과학이 이렇게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주며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우리는 아직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용어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배아복제나 유전자변형생물체 등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의 편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감소하고 있다. IMD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세계 22위에 그쳤다. 과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이제 과학자들이 실험실밖으로 나가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해야 할 때다. 과학은 더이상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 과학이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전문학문' 과학을 '교양'으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