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홍콩 쇼핑타운 몽콕의 '미샤' 매장에 1천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미샤의 전속 모델인 원빈이 미샤의 홍콩 1호 매장 오픈을 기념,팬사인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팬 사인회에는 미리 추첨 선발된 1백30명만이 사인을 받도록 돼 있었지만 '한류'(韓流)스타인 원빈을 보기 위해 무려 1천여명이 몰려든 것. 드라마 '가을동화' 등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한 원빈은 최근 일본 IT기업 포발(FORVAL)의 CF 모델로 발탁되는 등 인기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동안 진행된 팬 사인회에는 홍콩 현지 팬들은 물론 '4대천왕'중 한 사람인 원빈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건너 온 열성팬들과 홍콩TV·아시아텔레비전·애플데일리 등 60여개 언론매체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에는 안전사고에 대비,15명의 경호원과 경찰들이 배치돼 부산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미샤의 제조·판매법인인 에이블씨엔씨측은 "이번 팬사인회로 아시아 시장의 주요 거점인 홍콩에서 빠른 시간 내에 미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류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화장품·패션 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원빈을 내세우고 있는 에이블씨엔씨 '미샤' 외에 권상우를 필두로 한 더페이스샵코리아 '더페이스샵',전지현을 전면 배치한 태평양 '라네즈',김태희를 간판 모델로 기용한 신원 '씨(SI)'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작년 6월 권상우와 1년 전속 계약을 맺은 더페이스샵코리아는 한류 스타로 급부상한 권씨를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로 계약이 끝나기도 전인 작년 10월 1년 추가 계약을 했다. 이후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8개국과 해외 진출계약을 맺으면서 권씨를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지역 모델로도 기용했다. 더페이스샵코리아측은 "홍콩 방송 등을 통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방영되면서 권상우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현지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권씨를 모델로 요구했다"며 "아시아권 광고비는 더페이스샵코리아가 아닌 현지 유통업체들이 부담하는 조건"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매장의 경우 권씨의 팬들이 연일 찾아와 광고 포스터를 미리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전화번호까지 남기고 갈 정도"라며 "권상우를 통해 무명(無名)코리아 브랜드의 핸디캡을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002년부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온 태평양 역시 한류 스타 마케팅을 비껴가지 않는다. 지난해 초 '라네즈'의 장수 모델인 이나영에 전지현을 추가 기용,'듀얼 모델'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작년 하반기 홍콩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8개국 광고 모델 계약도 추가로 맺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한류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태평양은 작년 6월 전지현이 주연한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 개봉된 후 전씨의 주가가 한껏 치솟자 작년 9월부터 전지현을 모델로 한 '라네즈 아이디얼 스타 루즈' CF 및 매체광고를 내보내며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패션업체 신원도 최근 여성복 영 캐주얼 브랜드 '씨'의 새 얼굴로 김태희를 기용,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을 겨냥한 한류 스타 마케팅에 가세했다. 신원측은 "지난해 7월 중국시장에 진출해 광둥성 선전,선양,청두 등에 총 7개 씨(SI)매장을 운영중"이라며 "올해는 '천국의 계단' 등으로 중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김태희를 모델로 지면광고와 팬사인회 등을 마련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신원은 앞으로 매장을 베이징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50여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김태희는 이달중 씨의 봄 카탈로그 및 지면광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속 모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이밖에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더베이직하우스도 중국 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스타를 별도의 모델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