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살 아래면 어려도 한참 어린 축에 낍니다.아무리 낮춰 잡아도 1천년은 살아야 '이제 제구실을 하겠구나'하는 눈길을 준답니다."




이 무슨 가당찮은 소린가.


코미디 프로그램 속 '옌볜총각의 터무니없는 얘기'도 아니고...


살겠다고 기를 써봐야 1백살을 넘기기 힘든 게 인간세상이거늘 과장도 이만저만한 과장이 아닌가.


혹 삼천갑자 동방삭이 살던 때의 옛날얘기?


이 '장수의 전설'은 그러나 엄연한 현재진행형이다.


무대는 일본 규슈의 작은 섬 야쿠시마(屋久島),주인공은 이 섬의 터줏대감 '야쿠스기'(屋久衫.야쿠시마의 삼나무)다.



일본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현 아랫쪽으로 뱃길 3백30리.


네 발을 물속에 박고 1시간20분 가량 나는 듯 달려온 쾌속선 '톱피'(날치의 야쿠시마 사투리)가 오른쪽으로 기우뚱 몸을 틀어 댄 곳은 야쿠시마의 미야노우라항이다.


까만 제복차림의 운전사들이 각기 다른 이름이 적힌 하얗고 큰 종이를 들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일본 시골관광지 풍경이다.


야쿠시마는 일본의 부속섬 중 다섯번째로 큰 섬이지만 주민은 1만4천명뿐.


제일 큰 항구마을인 이 미야노우라에 적을 둔 주민도 3천명에 불과해,배가 들어오는 시간대의 선창말고는 좀처럼 오고가는 이들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갓지다.


준비된 버스에 올라 시라타니운수계곡으로 향한다.


1993년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섬 일대의 자연풍광,그중에서도 이름난 야쿠스기를 대면하러 가는 길이다.


'햐얀 계곡이 이어진 구름과 물의 협곡'이란 뜻의 시라타니운수계곡은 야쿠시마를 찾은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들리는 자연휴양림.


야쿠스기 등 원시삼림의 모습을 함축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차창밖 기온은 섭씨 18도.


한겨울이지만 간편한 차림으로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다.


해발 6백20m 지점의 계곡입구까지 버스 한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8자 흙길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해수면에서부터 곳바로 치고 올라가는 길이라 금세 귀가 먹먹해 진다.


길 오른쪽 위로 이어진 산등성마루는 험하디 험한 섬의 지세를 대변한다.


제일 높은 미야노우라산(1936m)을 중심으로 해발 1천8백m가 넘는 산봉우리 7개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규슈지방의 높은 산 서열 1~7위를 차지하고 있는 봉우리들이다.


왼편은 천길 낭떠러지.


미야노우라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시원하지만 어찔어찔한 게 고소공포증이라도 생길 판이다.


길 중간중간 연륜이 제법 된 듯 한 삼나무숲이 보인다.


"그럼 저 삼나무들이 야쿠스기?"


길안내를 맡은 이와사키호텔의 노부히로 오카모토 영업본부 부본부장의 답변은 "노(NO)!"다.


"1천년 이상된 이곳 삼나무만 따로 야쿠스기라 불러요.1천년이 안 된 것들은 그냥 고(小)스기라고 하지요."


1천년이 넘어야 이름을 갖고 행세한다는 야쿠스기에 얽힌 전설 같은 얘기가 그제서야 이해된다.


시라타니운수계곡 입구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는 여러갈래.


30분에서 5시간 코스까지 6가닥으로 나뉜다.


힘이 들지 않는 30분 코스를 택한다.


길은 초입부터 푸른 잎새로 터널을 이룬다.


몸집 큰 검은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물이 맑디 맑다.


가고시마대학에서 비교언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통역 신윤주씨는 "계곡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한마리도 살지 않을 정도"라며 너스레를 떤다.


길이 깊어질수록 주변은 온통 진초록 일색으로 변한다.


겨울이면 미야노우라 산정에 눈이 쌓이기도 한다지만 연중 푸르름을 유지하는 나뭇잎새와 그 아래 두껍게 깔린 이끼가 빚어내는 진초록 물결을 밀어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나무줄기.


니다이오스기(二代大衫)다.


한데 묶인 굵은 힘줄이 용틀임하듯 치솟아 오른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진다.


무려 2천5백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름 그대로의 야쿠스기다.


나무 아래쪽에는 노화현상으로 인한 커다란 구멍이 나 어른 두사람은 족히 드나들수 있을 정도다.


사실은 한 생명이 아니다.


잘린 밑둥위에 인근 삼나무씨가 떨어져 다시 자란 것으로 2대에 걸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에도시대에는 지붕을 잇는데도 썼던 삼나무 판재를 쌀 대신 세금으로 내 많은 삼나무가 베어졌다고 하는 데 이 삼나무의 밑둥도 그시절 잘라졌던 것.이 모든 역사는 야쿠시마 스기박물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놀랄 일은 더 있다.


버스를 타고 산허리를 빙 둘러 가면 만나는 기원스기(紀元衫).이 삼나무의 나이가 3천살이라면 믿을 것인가.


바로 옆 약수터는 목을 축이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기겐스기의 생명력을 받아들이려는 게 아닌지.


하나 더 꼽아보자.


바로 조몬스기(繩文衫)다.


섬의 2천여 야쿠스기 중 가장 나이 많은 야쿠스기다.


무려 7천2백년의 세월을 지켜왔다고 한다.


섬에 기대 살아온 모든 생명붙이를 관장하는 산신령 중의 산신령 격이다.


다리품을 팔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곳 이와사키호텔 로비에 실물모형이 있다.


어떤 조명기술을 썼는 지 밤이면 통유리 바깥에 반영돼 실제 자라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시라타니운수계곡의 서쪽끝에 있는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숲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대작 '모모노케 히메'를 만들 때 그 배경스케치를 했던 곳.


사슴 신 시시가미가 살고 있는 영화속의 고대 원시림 풍경이 바로 그 숲을 그대로 옮겨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기겐스기를 보고 내려오는 길.


원숭이 한쌍이 버스를 가로막는다.


빤히 쳐다보는 눈매가 선하기 그지없다.


얼굴의 홍조는 부끄럽다는 뜻인지 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달랜다.


그렇다고 과자는 주지 말 것.


과자를 받아먹다 보면 야생을 잃어 사람사는 마을까지 내려온단다.


이미 일부 감귤나무밭에는 전기펜스를 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30∼50분 짧은 관람산책로가 있는 야쿠스기랜드에서 까만 털의 사슴 한마리를 본다.


야쿠시마 사람들은 '사람 2만,원숭이 2만,사슴 2만해서 도합 6만'이 야쿠시마의 인구라 할 정도로 원숭이,사슴과 어울려 살지만 관광객의 눈으로 야생의 생명을 보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일이다.


센피로노다키도 필수코스.


어른 1천명이 팔을 벌려 이어야 양 끝이 닿는다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덩이에서 떨어지는 낙차 60m의 폭포다.


보타니컬 리서치 센터에서는 좀 더 자세히 야쿠시마의 식생을 살펴볼 수 있다.


야쿠시마 동쪽,쾌속선으로 50분 거리에 있는 다네가시마(種子島)는 우락부락한 야쿠시마와는 사뭇 다른 편평한 섬이다.


일본에서 처음 고구마가 재배된 곳이고,포르투갈의 조총기술이 처음 유입된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임진왜란 등 비극적 역사의 살기가 꿈틀대던 곳이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보는 섬은 평화로운 레저천국.


1백86km 해안선 어디에서나 해수욕,낚시,다이빙 등을 즐길 수 있는 것.


우주센터가 필수코스.


지난 1969년에 개설된 일본의 우주발사 기지다.


센터 내 우주과학기술관에 N-1로케트 모형이 있다.


인공위성,로케트 엔진 등이 전시돼 일본 우주개발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와사키호텔 그룹 코스모CC에서 보는 전경이 멋지다.


이부스키는 봄 이벤트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해마다 1월 첫째 주말 열리는 이부스키 유채 마라톤 대회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2백30명으로 시작했는데 최근 10년 연속 1만3천명이 참가할 정도로 덩치가 불었다.


이 마라톤보다 더 유명한 것이 모래찜질 온천체험이다.


지하의 뜨거운 온천열기에 의해 달궈진 모래에 몸을 묻고 땀을 빼는 세계 유일의 이색온천이다.


목욕가운을 입고 해변의 검은 모래에 몸을 누이면 도우미가 삽으로 모래를 떠 덮어주는 데 금세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특히 엉덩이와 발뒤꿈치가 뜨거워 15분 정도 견디기도 힘들다.


찜질하고 나면 몸속의 묵은 노폐물이 쏙 빠진 것 처럼 개운하다.


일반 온천의 3∼4배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사라쿠회관,이와사키호텔의 모래찜질 온천만이 천연그대로임을 자랑한다.


가고시마시의 명물은 사쿠라지마.


아직도 활동 중인 거대한 화산이다.


유사 이래 30회가 넘는 대폭발을 반복했다.


원래 섬이었는데 1914년 폭발 때 너무 많은 용암이 흘러내려 바로 옆 오스미반도와 이어지게 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무와 세계에서 제일 작은 귤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이부스키시 인근의 치란은 차로 유명하다.


일본차 생산랭킹 2위다.


무사저택거리가 남아 있다.


사무라이들이 활개치던 막부시절,이곳 사츠마(가고시마의 옛 이름)의 영주를 호위하던 무사들이 살던 곳이다.


영주의 성을 지키는 외곽성격었던 이곳 7백50m 거리에서는 옛 그대로의 사무라이 저택을 볼 수 있다.


7채의 집은 국가지정 명승으로 보호되고 있다.


고창읍성 등의 옹성식 성문 처럼 문을 열어 놓아도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대문 안쪽에 벽돌담을 살짝 가로질러 놓았다.


칼바람이 휘몰아 치던 시절이니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안쪽의 정원은 깔끔하다.


물이 없는 정원이란 게 특징.


돌과 돌장식물,나무 만을 배치하고,담 밖 먼 산의 풍경까지 끌어들인 조경기법이 꽉짜인 느낌을 준다.


영주가 묵었다는 7번 가옥의 정원만 물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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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시마.이부스키~야쿠시마~다네가시마 상품 '그린 트라이앵글' 눈길 ]


가고시마는 고구마 전래지.


고구마를 원료로 한 다양한 먹거리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고구마소주는 일본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검은 소와 검은 돼지도 명물.


스테이크와 돈가스 등으로 맛볼 수 있다.


검은소고기는 그리 부드럽지 않지만 깊은 맛을 느낄수 있다.


날치고기를 갈아 만든 햄버그스테이크도 별미.


세상에서 제일 작은 엄지손톱 크기의 귤도 달콤하다.


가고시마.이부스키~야쿠시마~다네가시마를 연결하는 여행상품 '그린 트라이앵글'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와사키호텔 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에코투어리즘의 명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각 지역 이와사키호텔을 이용한다.


이와사키호텔 그룹은 이지역 대표 기업집단.


5개의 호텔과 2개의 골프장을 중심으로 관광버스,선박,술.음료공장에 라멘가게까지 운영하는 등 이와사키호텔 그룹을 거치지 않고서는 가고시마여행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대한항공이 매주 수.금.일요일 가고시마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이와사키호텔 한국사무소(02)598-2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