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물레방아 고을' 함양.


경상남도 함양은 삼국시대부터 신라와 백제의 물산 교역지로 지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유서 깊은 서원과 향교,정자 등이 많이 건립돼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만큼 유학 중심지로 부각되기도 했다.


안동이 정치적으로 힘을 얻은 학파의 중심이었다면 함양은 도학적 학문의 본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거치면서 이곳 출신 선비들이 무차별하게 화를 입은 가슴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함양읍에는 위천이라는 맑은 냇물이 흐른다.


위천 옆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上林)이 1.6km에 걸쳐 조성돼 있다.


면적이 21ha에 달하는 상림 입구에 들어서면 다양한 모양의 장승 수십기가 손님을 맞는다.


코 큰 장승,혹 달린 장승,침울한 장승,웃는 장승 등등.장승이 이곳에 특히 많은 것은 함양이 '변강쇠전'의 무대가 됐기 때문이란다.


상림의 기원은 1천1백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고의 지식인으로 여겨졌던 최치원은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온 뒤 흔들리는 나라의 기반을 정립할 복안으로 '시무10조'를 건의한다.


그러나 성골도 진골도 아니었던 육두품 출신의 최치원은 기득권층의 견제로 중앙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현재의 함양지방인 천령군 태수로 부임한다.


당나라에서 외국인이 응시하는 과거시험인 '빈공과'에 합격,관직에 나아갔던 그는 태수로 부임한 뒤 당에서 배운 토목공사 지식을 동원했다.


해마다 위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고자 하천변에 둑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둑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했던 것.


당초 대관림으로 명명됐던 인공림은 세월이 지나면서 중간 부분이 유실돼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현재는 하림은 없어지고 상림만이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상림에는 1백20여종에 달하는 2만여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전형적인 온대 낙엽활엽수림의 모습을 지녀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함양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여행수첩 >


△가는 길=서울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대전까지 간 뒤 대전통영고속국도로 갈아탄다.


다시 88고속도로와 만나는 함양분기점에서 광주방향으로 길을 잡은 뒤 함양IC에서 내리면 된다.


상림은 군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고속버스는 동서울에서 하루 6회 운행한다.


요금 1만6천1백원.


△먹거리=함양읍내 조센집(055-963-9860)은 어탕국수로 유명하다.


주인이 주변 위천과 엄천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고아 낸 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맛이 담백하며 단백질이 풍부해 해장에도 좋다.


3천5백원. 안의면은 전국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안의갈비찜의 본고장이다.


안의면에 가면 갈비집들이 모여 각기 '원조'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갈비찜 소 2만5천원,대 3만5천원.이밖에 서안면 오혀마을에 가면 특별히 맛있는 곶감을 맛볼 수 있다.


△숙소=상림 앞에는 모텔이 두세곳 있다.


별궁장모텔(055-963-7980)에서는 아침에 창을 열면 안개 낀 상림을 볼 수 있다.


1박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