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sjchoe@inha.ac.kr > 우리 민족의 명절 중 8월 한가위 추석은 좋은 계절에 맞이하는 명절이라 모든 사람의 마음을 더 들뜨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농촌에 대부분 남아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자식들의 경우 고향을 떠나 성공한 사람이라면 자랑스러운 귀향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명절이 아니라 고통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본인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가장 마음에 부담을 지고 고통의 명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집안이나 며느리인 여성들일 것이다. 이번 명절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절을 지낸 후 대여섯 명의 여성과 나눈 전화통화에서 며느리인 여성들에게 명절은 고통이자 즐겁지 않은 행사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 중 본인은 물론 세 명의 손아래 동서와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한 K씨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역시 우리 사회는 현명한 여성을 필요로 한다. K씨의 동서들은 직계인 바로 밑의 동서 하나와 작은집 동서 두 명으로 명절 때마다 남자들은 방에서 편히 쉬고 며느리들만 부엌일을 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곤 했다. 맏동서인 K씨는 이런 동서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했다. 이번 추석에 K씨는 세 동서에게 가능한 한 일을 일찍 끝내고 좋은 곳에 데리고 가겠다고 제안을 했다. 동서들이 열심히 해서 오후 다섯시쯤 일을 끝내자 시어머니에게 대표로 이들과 볼 일이 있다며 허락을 받은 후 조금 떨어진 시내에서 사우나를 하고 노래방에 갔다. 30대의 아래 동서들은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어려운 이야기도 하고 격려하면서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 명절은 더 재미있게 지내자며 동서들과 함께 마음을 다졌다. 추석 명절날 네 동서가 환하게 웃으며 명랑하게 차례상을 차려 아침 행사를 치르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와 남편들은 웬일로 이들이 이렇게 다른 분위기에서 차례를 지내는지 몰라 의아해했다. 그렇게 명절을 지내고 헤어지면서 다음 설과 추석에는 조금 더 일찍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다짐하며 헤어졌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맏며느리가 아래 동서들을 위해 한 번 해볼 만한 제안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