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싸이하니?"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미 식상한 질문이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없으면 시쳇말로 왕따당하는 세상이 됐다.


지인(知人)들의 일상을 이제는 홈피에 접속해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됐다.


심지어 미팅이나 맞선을 볼 때 사전탐색작업을 위해 상대방의 홈피에 들르기도 한다.


'싸이질' '싸이홀릭'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싸이월드로 대변되는 개인형 커뮤니티가 사이버 공간의 한복판을 장악했다.


그러나 불과 1∼2년새 폭발적으로 불어닥친 '싸이 열풍'이 한 때의 유행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0년대말 동창생들을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준 아이러브스쿨이 단명에 그치고 만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네오위즈 네이버 등 인터넷 강자들이 '타도 싸이월드'에 나서고 있다.


다음커뮤케이션의 김유진 플래닛기획팀장(33),네오위즈의 김강석 세이클럽사업부 사업기획팀장(34),NHN의 정현주 커뮤니티팀 파트장(32) 등이 '타도 싸이'의 선봉장들이다.


싸이가 3년에 걸쳐 1천만명의 회원을 모은 반면 이들은 채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4백만명 이상의 회원을 끌어모았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갖춘 커뮤니티 전문가들이다.


지금은 싸이에 밀려 '2인자'에 머물고 있지만 1∼2년 안에 국내 최고의 개인형 커뮤니티 기획자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도 당차다.


지난 1일 이들 3명이 모여 싸이월드의 명암을 해부하고 개인형 커뮤니티의 미래를 더듬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진)커다란 광장에 모여서 비슷한 취미나 생각을 공유하는 카페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전부라고 생각돼 왔지만 이를 깨뜨린 것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였다.


논쟁도 많았고 커뮤니티 범주에 넣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음이 플래닛을 개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주)유독 싸이가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선점효과 덕분이다.


네트워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맺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를 가장 잘 묘사한 것이 싸이였다.


아는 동료나 친구들의 인맥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


(강석)카페는 일대다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물론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메신저가 있지만 휘발성이 강하고 콘텐츠가 축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싸이는 메신저의 이런 단점을 잘 보완했다.


싸이에 올린 사진이나 글은 개개인 삶의 역사이자 콘텐츠가 됐다.


(현주)개인형 커뮤니티의 양대 축은 홈피와 블로그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최대 약점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확장성이 약해 다른 유사 서비스와 통합하기 어렵다.


반면 지난해 10월 선보였던 네이버 블로그는 미니홈피 기능을 그대로 제공하면서도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유진)동감이다.


폐쇄적인 홈피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 블로그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개인형 커뮤니티 시장을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카페 블로그 홈피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얼마나 쓸 것이냐의 문제이지 무엇이 대세가 될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나와 네티즌들의 욕구를 채워주려 할 것이다.


(강석)대다수 네티즌들은 홈피냐 블로그냐에 관심이 없다.


서비스들이 서로 중첩되는 탓도 있다.


심지어 싸이를 블로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싸이의 인기 비결은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관음증 같은 욕구다.


남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익명 서비스에서나 문제됐던 스토킹이 실명제로 운영되는 싸이에서도 문제시되고 있을 정도다.


(유진)다음플래닛은 개설한지 한달만에 5백50만개의 행성(홈피)이 생겨났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싸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다음은 메일 카페 등 탄탄한 커뮤니티 기반을 갖추고 있어 네티즌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현주)NHN은 불과 1년만에 탄탄한 커뮤니티 기반을 다졌다.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블로그가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자신한다.


세분화되면서도 통합되는 커뮤니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나갈 것이다.


(강석)트래픽에서 누가 1등이냐는 의미가 없다.


네오위즈가 그동안 보여온 모습처럼 뭔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낸다는 자부심으로 개인형 커뮤니티에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것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