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경력직 수시모집 위주로 흘러가던 주요 대기업의 채용트렌드가 다시 신입사원 선발 중심으로 `U턴'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는 차원에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기업이 앞장서고 채용이 경력직 위주로 이뤄지는 데 따른 여러 부작용을 경험한 기업들이 다시 신입공채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반기 대졸신입사원 채용을 계열사별 수시모집에서 그룹차원의 동시 공개모집 형태로 바꿔 채용절차를 진행중이다. 삼성은 특히 대졸자들의 심각한 취업난 해소를 위해 신규채용 수요가 많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체 대졸신입 채용인원을 지난해 6천700명에서 8천60명으로 20.2%늘린 반면 경력직은 지난해와 같은 2천800명만 모집할 계획이다. 생산직 채용은 총 7천200명으로 작년 대비 23.6% 늘어났다. 삼성 관계자는 "책임감을 갖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대졸신입과 생산직채용을 20% 이상 늘렸다"며 "계열사별 수시채용 형태에서 그룹차원의 동시채용으로바꾼 것도 산업계 전반에 채용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대졸신입사원 공채비중을 높인다. SK그룹의 대졸신입사원 채용규모는 2000년 500명, 2001년 600명, 2002년 700명이었으며 올해는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 등을 중심으로 총 800명을 채용할예정이다. 반면 경력직 채용규모는 2000년 700명, 2001년과 2002년 각각 650명에 이어 올해는 500명으로 23% 감소했다. SK는 대졸신입사원의 경우 경력직에 비해 교육비용은 많이 들지만 애사심이 강하고 이직률이 낮아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핵심인재'로 육성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99년 수시채용 방식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 연구개발(R&D) 분야 신입사원 100여명을 뽑아 넉달간 집중교육을 시킨 뒤 각 사업본부의 연구소에 배치했다. 이는 새로 도입된 `소프트웨어 전문가 선발제도'로, 선발된 인력은 소프트웨어공학이론, 데이터 스트럭처, 통신이론, 컴퓨터 구조론 등 공통주제 교육에 이어 팀별, 개인별 프로젝트 및 교육을 받은 뒤 R&D 분야에 배치돼 전문인력으로 양성된다. LG전자는 모바일, 홈네트워크 시스템, 디지털 TV 등 전자제품의 첨단화 추세를반영,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판단에 따라 소프트웨어 전문가선발제를 확대해 올 하반기 200여명, 내년 500여명으로 선발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CJ그룹은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신입과 경력사원을 각각 250명과 200명씩뽑았으나 올해는 신입 350명, 경력 200명 등으로 신입공채 인원을 예년보다 40% 가량 더 뽑기로 했다. CJ는 외환위기 이후에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신입사원의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력직의 경우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신입사원을 채용해 육성하는 것이 창의적이면서도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강한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데 더욱 유리하다고 CJ는 덧붙였다. 효성도 내달 초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할 대졸 신입사원 공채 규모를 250-300명으로 잡고 있어 작년(200명)보다 최고 50%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은 이같은 채용 확대가 실업난 해소를 위한 고용확대는 물론 올들어 구미스펀덱스 공장 증설이나 중국 타이어코드 공장 건설 등 투자가 확대되면서 신규인력채용에 대한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올해 대졸신입사원을 해외 석박사(20-30명)를 포함해 200명 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며 여기에 생산직 위주의 고졸 사원 200명을 합치면 전체 채용규모는 지난해 350명에서 400명으로 확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