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연세대 공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21세기 공학포럼" 제8회 토론회가 21일 "디지털산업의 미래전략"이란 주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은 디지털산업발전에 적합한 역동성을 갖고 있으나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며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해 디지털산업을 21세기 주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린다.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한국은 9년 동안 국민소득 1만달러에 머무르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 일본은 기업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한국은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점 육성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인은 다른 어느 국민들보다도 역동성이 높아 IT 산업에 적합하다. 휴대폰 교체주기가 가장 짧으며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국민의 22%에 달하는 등 한국인은 신제품과 신기술에 대한 수용이 빠르다. 일본 올림푸스,미국 모토로라 등은 신제품을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여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글로벌마케팅 전략을 세울 정도다. 한국은 이 점을 특화해 해외 기업들이 디지털제품을 실험하고 상품화하는 '디지털 테스트베드(digital test-bed)'로 거듭나야 한다. 테스트 베드를 기반으로 해외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하면 우수인력의 고용을 창출하고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일본의 아키하바라와 스웨덴의 시스타가 테스트베드로 성공한 사례다. 국내에 R&D센터를 설립하는 해외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토론내용]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한국 IT산업의 문제는 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점차 지식재산권을 앞세우는 한편 기술보안을 강화해 첨단기술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따라서 R&D센터를 유치해 해외선진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인재양성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오늘날 제조업의 성장도 결국 우수인력 확보를 통해 이뤄낸 것이다. △이충화 일렉트로피아 사장=90년대 후반 벤처붐과 함께 많은 자금이 IT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과연 IT업계가 투자받은 만큼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기업과 정부의 혁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IT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IT산업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것이 중요하다. 원천기술이 없다면 상품화되지 않은 응용기술을 먼저 발굴해 제품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장영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정과제1국장=디지털 테스트베드가 되자는 것은 다소 소극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디지털기술의 실험장에 머물지 말고 기술개발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 동안 하드웨어 부문에서 산업화에 성공했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성공을 일궈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최근 대학교육을 지원해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혁신형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대통령께 보고했다. 또 IT 자체를 육성함은 물론 IT를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 발전의 기반으로 삼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이 과연 IT강국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IT 장비 및 소프트웨어 생산에는 뒤처진 반면 소비만 강대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IT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규제다. 한국에는 빌 게이츠가 와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IT 산업은 급속히 변모하고 있는데 제도는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들이 자유로이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할 수 있어야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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