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부도이후 7년여만에 성사된 한보철강의 매각작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막판 걸림돌을 만나 지연되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의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가 소송 일부 패소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에 따른 우발채무 발생에 대비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리계획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왜 지연되나 =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16일 열린 한보철강 채권관계인 집회에 참석해 AK캐피탈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리계획안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관계인 집회가 오는 24일 오전으로 연기됐다.

자산관리공사 연원영 사장은 "현재의 정리계획안에는 향후 우발채무 발생시 채권단의 분담을 담보하는 확실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고, 배상액이 현재의 유보금을초과할 경우 이를 부담할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이나 한보철강 관리인이 이런 문제를 무시하고 대충 넘어가려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산관리공사도 내부 이사회나 경영관리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이런 책임을 혼자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는 24일까지 법원이 이같은 요구를 반영해 새로운 정리계획안을 내놓아야 한보철강 매각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추가대비 필요" VS "패소가능성 없다" = 자산관리공사는 특히 AK캐피탈이 지난 6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제기한 소송중 일부는 패소할 가능성을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AK캐피탈이 대금납입 기일을 연기할 때 법원이 5%의 이행보증금을 추가로 납입하도록 했던 부분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패소시 배상액이 현재의 유보금을 초과할 경우 이를 처리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 사장은 "법원의 현 정리계획안은 뉴욕주 법원에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소송만일부 염두에 두고 있을 뿐 ICC에 제기된 소송 내용에 대한 대비는 검토도 하고 있지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자산관리공사가 뉴욕 소송의 피고라는 자사의 입장만을 생각해희박한 패소 가능성을 과장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산관리공사를 제외한 여타 금융기관들도 발생 가능성도 희박하고 금액이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우발채무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을 수는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자산관리공사가 지적한 사항들을 수용한 새로운 정리계획안이 도출되고 모든 채권단이 이에 합의해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 상황은 자산관리공사가 문제를 제기한 초기 단계에 불과한 데다 물리적으로 오는 24일까지 새로운 정리계획안을 만들고 채권단이 모두 이에 합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는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 인수절차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당진제철소의 운영방안을 마련하려던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INI스틸 관계자는 "한보철강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법원과채권단 등이 조속히 합의해 인수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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