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 부총리가 종전의 말과는 달리 화폐 액면 변경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시사하면서 금융가에서는 이에 따른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말들이 오가고 있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 봅니다. 박 재성 기자, 화폐 개혁을 진짜로 하느냐는 문의가 폭주한다고요? -그렇습니다.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하는 은행 PB 창구를 중심으로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화폐 액면 변경이 기존의 화폐 단위를 바꾸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화폐 개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크게 두 가지가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첫째가, 화폐 개혁으로 숨겨진 돈들이 노출될 경우 고액 자산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는 대응해야 하는가 -둘째가, 화폐 개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3년과 62년 두 차례 화폐 개혁이 있었는데요. -53년 같은 경우 전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화폐 단위를 1/100로 낮추면서 교환되는 화폐의 양을 통제했습니다. -약 1주일 동안 화폐를 묶어두고 생활비만 내주는 형태였죠. -인플레를 낮추자는 것이었는데 새로 화폐 발행이 늘면서 별 효과는 없었고요. -두 번째가 516 쿠데타 이후 단행된 통화개혁입니다. -이 때에도 통화 단위를 1/10로 낮추면서 약 1주일 동안 예금을 동결했습니다. -역시 이 때도 과잉 통화의 흡수 그리고 숨은 자금을 밝은 곳으로 끌어 내겠다는 목적이 컸는데요. -암 시장과 상품 교환 수단으로 달러가 공공연히 유통됐던 당시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건 모두 “예금 동결”이라는 극약 처방을 씀으로써 대중들에게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남겼는데요.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자산가들이 이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논의되는 화폐 개혁은 이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까? -현재까지 흘러 나온 내용을 종합해 보면 될 것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EU가 통합되면서 단계적으로 EURO라는 통합 화폐를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이 때에도 유럽 각국이 자국 통화를 함께 사용하면서 1~2년에 걸쳐 서서히 통화를 교체해 나갔는데요. -이 모델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적어도, 위협적인 교환… 또는 재산 출처를 모두 밝히겠다는 식의 의도나 목적은 없는 듯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정부측의 말을 그대로 빌면 화폐 단위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현실화시킨다는 것입니다. -62년 이후에 GDP는 2130배 물가는 48배가 뛰었는데 화폐 단위는 그대로이다 보니 이제 조 단위가 예사이고 앞으로는 “경”이라는 말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죠. -그리고 기축 통화인 달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교환비율이 1,000을 넘는 나라가 OECD 국가 중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터키가 최근 화폐 단위를 바꾼다고 하는데요. -이 나라의 교환 비율이 현재 1달러에 1백50만 리라라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교환만으로 끝나는 것인가요? 다른 문제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 드렸던 일반인의 우려 가운데 두번째가 인플레이션 우렵니다. -지금 논의되는 것이 1000대 1의 평가절하인데요. -이렇게 화폐 단위를 낮추게 되면 비록 이론상 화폐가치는 변하지 않더라도 화폐 가치에 대해 착시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과거의 백만원이 천원이 되면 그만큼 소득이 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게다가 천원 미만의 가격은 절사 과정에서 값이 오를 수밖에 없고요. -예를 들어 950원하는 노트는 0.95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나아가 아예 1원, 그러니까 지금 돈으로 천원 미만의 제품은 찾아 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EURO로 전환하면서 교환 비율에 따라 0.몇원 하는 형태로 표기된 물품들은 가격이 대부분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더군요. (앵커) 그렇다면, 어떤 영향이 예상될 수 있습니까? -인플레이션 효과가 가장 우려되는 것이라면 일단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부동산 등 실물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고요.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채권자는 불리해지는 반면 채무자는 유리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채무 상환을 늦추고 반대로 부채는 늘리려는 유인을 갖게 됩니다. -이외 외화 수요가 늘수도 있고요. -일부에서는 달러로 표시된 연금 가입을 권유하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증권시장으로 봐서는 종목 당 가격이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데다, 인플레 우려에 따른 실물 선호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48만원에서 4백80원이 되는데요. -소득도 같이 줄긴 하지만 매우 싸 보이는 것이죠. (앵커) 주식시장에서도 화폐 개혁설에 덩달아 움직이는 종목이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동전 생산업체인 풍산과 현금자동입출금기 관련 업체 청호컴넷, 한네트, 그리고 지폐용지 관련해서 한국제지, 한솔제지, 신무림제지 등입니다. -이들은 파급 경로의 첫 단계에 해당하고요. -실제 화폐가 바뀌게 되면, 화폐 제조는 물론 회계와 재무 관련 프로그램의 교체 그리고 새로운 장부와 전표의 준비 등 -과거 2000년을 앞두고 증시 테마를 형성했던 때처럼 곳곳에서 관련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끝으로, 화폐 변경이 단행될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되고 있습니까? -정부의 발표가 원칙만 나온 것이라… 아직까지 진전 단계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발표로 봐서 실무적인 준비도 어느 정도 갖춰진 것 같고요. -다만 사회적 파급이나 경제적 영향 등을 감안해 여론을 살피며 시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디서도 화폐 개혁을 찬성한다든지 반대한다든지 뚜렷한 입장도 제시되고 있는 것 같지 않고요. -좀더 여론이 무르익으면 반응을 지켜보며 후속 방침이 이어질 듯합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