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친다는 말이 바로 이러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오늘 아침 이 후배는 가슴이 저미도록 아프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토록 건강하시던 선배님의 비보를 듣고 우리 후배들이 느끼고 있는 이 참담한 심정은 한마디로 망연자실-

천년 만년 우리를 감싸 안아 줄 것으로 믿고 있던 거목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질 때 느끼게 되는 상실감과 허탈감을 지금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저는 선배님을 그리는 칼럼에서 선배님이야말로 피와 땀으로 얼룩진 우리사회의 격동기를 지나오면서 바르고 큰길을 걸어온 한그루 거목과 같은 존재로서 우리 후진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어온 스승과 같은 존재라고 제 생각을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로 선배님은 대학교수와 중앙은행 총재로서 투철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나라경제를 바르게 세우고 백성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그 방법론을 탐구하는 데에 일생을 바친 구도자적 학자의 모습을, 둘째로 선배님은 가슴이 따뜻한 휴머니스트로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제자 기르는 일을 큰 보람으로 삼았던 참 스승의 모습을, 셋째로 정의 실현과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정도를 잃지 않았던 투철한 사명감과 정열에서 바르게 행동하는 지성의 모습을 우리 후진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후배들은 선배님이 선비와 같은 모습으로 늘 건강하게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이러한 경우 선배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하였을까를 생각하면서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우리사회를 받쳐주던 거목과 같은 존재로서 우리 후진들을 이끌어주시던 선배님께서 이렇게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시고 보니 이제 앞으로 누구한테서 어떻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지 그저 앞길이 감감할 뿐입니다.

그러나 선배님!

인명은 하늘의 뜻이라 하고 누구나 언젠가는 서로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숙명이라고 익혀 왔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렇게 졸지에 가셨지만 선배님 뒤에는 선배님을 믿고 따르던 뛰어난 후배들이 우리 사회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많이 걱정되시겠지만 모든 일을 후진들에게 맡기시고 이제 편히 영면하시옵소서.

선배님의 영전에 삼가 슬픔의 글을 바칩니다.


문학모 올림/前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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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환(全哲煥) 전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밤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빈소 서울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76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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