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핵심정책의 하나가 지방분권?균형발전이다. 이 정책기조에 입각해 행정수도이전,공기업 지방분산에서부터 자치 경찰제도입에 이르기까지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간섭(규제)을 줄이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에서 나라 발전의 새 돌파구를 찾겠다는 정부의 정책비전은 매력적이지만 과연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그동안 지방으로 내려갔던 권한들이 시행착오 끝에 다시 중앙으로 되돌아오는 'U턴' 현상을 수없이 보아온 터여서 현정부의 높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믿음을 갖기 어렵다. 불량만두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먹거리로 장난치는 자들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보건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불량업자 단속용 새 몽둥이(규제)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불량식품사범에 대해선 최소한 3년 징역형에 처하고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방안까지 추진된다고 한다. 수년 전 지방으로 대거 내려보냈던 식품 관련 행정들이 알게 모르게 중앙으로 다시 올라올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렇게 되면 식품분야에 관한 한 지방분권은 오히려 후퇴하고 중앙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식품에 대해선 정부의 규제강화가 세계적인 추세여서 '만시지탄'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준비 안된 지방분권과 규제완화는 훗날 더욱 강화된 규제를 불러온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DJ정부 시절에도 식품관리는 전문성을 갖춘 중앙기관이 직접 맡는 것이 선진국에선 당연시된다는 사실을 우리 보건당국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시 청와대가 개혁의 이름으로 '행정의 지방화'를 밀어붙이자 중앙부처들은 다투어 각종 규제의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보냈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중앙공무원들 중에는 '십리도 못가서 발병날 것'이라며 오늘의 결과를 짐작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지방분권 및 규제완화 역풍의 일차적인 책임은 지방에 있다. 지자체들은 중앙으로부터 권한을 내려받은 다음 '지역경제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식품제조 인허가를 마구잡이식으로 내주면서도 식품안전을 감시할 전문인력을 길러내거나 기술을 확보할 노력은 게을리했다. 특히 선거표만 의식하는 민선 단체장들은 웬만한 지역 식품업체들의 비리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지역기업 배려' 등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눈감아 주기 일쑤였다. 그 결과 식품산업의 발전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우량 식품업체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게 만드는 불량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 결과는 불량 만두소 사건으로 나타났다. 식품분야뿐만이 아니다. 과거 건교부가 규제완화에 부응한답시고 준농림지를 무분별하게 풀었다가 난개발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자 다시 묶은 것이나,신도시 용도변경권을 지자체에 내려보냈다가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 같은 부작용이 터져나오자 다시 'U턴'시킨 사례 등 규제완화 및 지방분권의 딜레마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규제완화의 생명력이 길지못한 데는 일부 업계의 책임도 지적돼야 한다. 이번 불량만두 사건이나 각종 담합사건 등에서 보듯이 일부 업체들은 정부규제가 풀리면 시장자율을 신장시키기는커녕 한탕주의 영업으로 물의를 빚은 끝에 정부의 새로운 규제를 자초해온 게 사실이다. 지방분권·규제개혁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관련업계 3자의 의식혁신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것이다.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