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땀흘려 연구개발하며 수출시장 개척에 여념이 없는 훌륭한 기업인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전체 재계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질까 걱정됩니다."(대검 공적자금비리 단속반의 모 검사) "규제완화보다 기업개혁부터 밀어붙여야 한다는 개혁우선론자들을 상대로 힘겨운 설득전을 펴고 있는데 이런 기업비리 사건이 터져나오면 정말 허탈해집니다. 또 재계가 반기업정서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데도 찬물을 끼얹는 꼴입니다."(모 경제단체 임원) 지난 28일 검찰의 공적자금 비리 중간 수사결과에서 일부 파렴치한 기업인들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자 경제계 관계자들은 재계의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고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들까지 안타까워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적자금 비리에 연루된 6개 기업 중 건설업체가 4개나 포함돼 있어 건설업계 전체가 '재계를 망신시키는 꼴뚜기'로 매도당할 위기에 놓인 느낌이다. S토건 K 전 회장의 경우 공적자금 6백34억원을 가로챈 후 도피생활을 하면서 타인 명의로 성북동 주택을 사들여 법당까지 차려 놓는가 하면 명품 의류 수백벌과 상표도 뜯지 않은 수백만원짜리 명품 구두 수십켤레를 쌓아두는 등 수사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다. D건설 C 전 회장은 전처에게 회사 돈으로 위자료 24억원을 지급하는 등 각종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분식회계로 4천4백67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회사 S그룹 전 회장 C씨는 부도 당일에도 회사 돈 14억여원을 빼돌렸고 H공영 K 전 회장 역시 1천8백65억원을 사기대출 받아 90억원을 횡령하는 등 한결같이 공적자금을 자기 돈처럼 탕진했다. 이에 앞서 지난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도 상당수 건설사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비리대열에 끼어 있었다. 이런 몇몇 비리 기업인들 때문에 청와대를 다녀온 다음 올해 투자규모를 1백32조원으로 늘리고 신규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기로 한 재계의 다짐이 평가절하되지 않을까 안타깝다. 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