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1959년 처음 연간 제작편수 1백편을 넘은 뒤 6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10년간 만들어진 영화만 1천5백편.그러나 한국영화는 68년'미워도 다시 한번'의 대성공 이후 비슷한 신파조 멜로물을 양산한데다 70년대 들어 TV 확산,검열 강화 등이 겹치면서 69년 2백22편을 정점으로 곧장 내리막길을 걸었다. 90년대 초까지 관객점유율 15%를 넘지 못했던 한국영화는 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중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98년 '쉬리'와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가 각기 6백만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35%를 넘어선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은 2001년 '친구'의 흥행 성공으로 50%에 이르렀고,올 1∼3월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각 1천만명 이상을 동원,72.7%라는 세계에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새로운 중흥기를 맞으면서 국제영화제 수상도 늘었다. 2002년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칸영화제 감독상,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지난 2월엔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더니 이번엔 다시 '올드보이'(감독 박찬욱)가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98년 이전까지 칸영화제 50년 역사상 한국영화 출품작이 '물레야 물레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유리'등 고작 3편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2년 사이에 감독상과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건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영화의 성장은 95년 14편 20만달러이던 수출액이 2003년 1백64편 3천1백만달러로 급증한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영화는 지금 흥행과 작품성 양쪽에서 성공,세계 영화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로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주목받은 탄탄한 실력의 연출자다. 칸영화제 수상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의 승리임에 틀림없다. 단, 만에 하나 유럽 영화계의 미국영화에 대한 반감과 아시아시장에 대한 관심 등 영화외적 요인이 작용한 건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싶다. '올드 보이'의 원작이 일본만화라는 것도 한국영화의 숙제인 시나리오 부재를 보여주는 듯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