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늘어나는 일자리를 보면 한국이 어느 분야에 매달려야 '무(無)고용 경제'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것 같다. 지난달 미국에선 경제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인 28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너무 많이 생긴 탓에 주가 하락현상이 발생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가 고개를 못들도록 미리 금리를 올릴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용지표가 좋아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새 일자리는 거의 서비스업이었다.굴뚝에서 연기나는 제조업에선 고작 2만1천개가 생겼다.과거 3년간 1년에 1백만개 이상씩 없어지다 그나마 요즘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옮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동화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고용급증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7일이었다.그후에도 미 언론들은 제조업의 고용부진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11일자 뉴욕타임스의 경제면 기사도 '고용급증,공장은 그냥 지나가'였다.뉴욕타임스가 예로 든 트럭회사인 나비스타 인터내셔널은 2년전엔 트럭 1대를 만드는데 1백2시간이 필요했다.요즘에는 58시간으로 줄었다. 경기가 좋아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기존 인력을 줄여도 될 만큼 자동화가 진행된 덕이다. 실제 90년대 중반 4천8백명이었던 이 회사 근로자는 이미 1천1백명으로 줄었다. 앞으로 경기가 자생적으로 팽창,전체 고용이 월 20만∼30만명씩 늘어나더라도 제조업은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미 제조업자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제리 자스노스키 회장은 "제조업체가 사람을 더 뽑기 시작하더라도 올 한해 20만명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일자리 창출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다. 국민들에게 밥벌이를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는 있으나마나다. 대학을 졸업하면 곧 '백수'가 되는 한국은 과연 어디에서 고용을 창출해야 할지를 미국의 고용지표가 잘 말해주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