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사가 올해 임금을 동결키로 합의한 것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상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우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 시점에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더구나 포스코 직원들이라 해서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생활여건이 나아지고 있을 리 만무한만큼 이번 결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축소하는데 적극 동참하겠다"는 노사의 선언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사실 대기업 근로자들의 양보없이는 현격한 임금격차와 실업문제는 도저히 해결하기 어렵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기업들의 지불여력이 극히 한정된 형편인데 임금을 대폭 올려주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신규고용까지 일으키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사회적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부작용까지 낳아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양보는 더욱 절실하다. 대기업들은 임금인상 요구에 응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 확대와 하청 가격 인하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중소기업 경영악화 및 관련 근로자들의 임금감소로 연결되는 일이 되풀이돼 온 것이 사실이다. 청년실업 문제와 중장년층 조기 퇴직 문제가 심화된 것도 대기업노조의 철밥통 지키기에 큰 원인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대기업노조가 무리한 요구만 고집한다면 사회적 부작용이 어떠할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지금 노동시장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오는 6월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해 놓았을 뿐 아니라 사용자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정규직 차별 철폐,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노조의 경영참여 등의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러다간 올해 임금인상률이 20%선에 육박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대기업노조도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소외된 근로자들의 처지와 사회적 위화감을 감안해 도덕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의 이번 노사합의는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