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경영지식과 노하우는 교과서에서 얻기 힘든 산 지식으로 학생들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선진 경영기업 기법과 철학을 확산시키기 위해 성공한 기업의 CEO들이 대학에서 행한 특강내용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이번에는 양덕준 레인콤 사장(53)이 최근 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석사(MBA)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에 대한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MP3플레이어인 '아이리버' 시리즈로 유명한 레인콤의 양 사장은 '퍼플카우이론'을 내세워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 퍼플카우가 온다 아이리버 MP3플레이어가 시장에 나올 당시 주종을 이뤘던 플래시 MP3플레이어는 그다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품목이 아니었다. 디스크형 MP3플레이어의 경우 기술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지만 시장 수요가 적다는 것이 한계였다. 레인콤은 시장 장악을 위해서 독특한 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퍼플카우'(보라빛 소)란 마케팅 전략이 있다. 인상적이고(remarkable),계속 화제가 되는(worth talking about) 상품을 만들어 상품의 초기 소비자(얼리 어댑터)를 장악하는 것이 퍼플카우 전략의 핵심. 초기 소비자의 마음만 장악하면 이후의 마케팅은 초기 소비자들이 내는 소문만으로 충분하다. 레인콤은 초기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확산시키기 위해 계속 화제를 만들어야 했다. 처음 만든 화제가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것이다. '업그레이드만 해주면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는 새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 것. 실제로 업그레이드를 받는 소비자는 전체의 30% 정도지만 중요한 것은 '업그레이드 해 주는 MP3플레이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는 것이다. MP3플레이어에 '이노의 디자인입니다(designed by Inno)'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입소문을 위해서였다. 소비자들은 이노가 누구인지모르더라도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회사가 디자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식은 갖게 된다. '세상에 없는' 삼각뿔 모양의 MP3플레이어를 제작한 것 역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디자인을 내놓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 개인가전은 복합화의 길로 지구상에서 1년에 1억대 이상 소비되는 전자제품은 PC와 휴대폰 두 가지뿐이다. 이 두 제품의 공통점은 개인용 전자제품이란데 있다. 개인용 전자제품의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액세서리'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한다. 전자제품이 자신의 사회적 신분이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생각해 보자. 소비자들은 컬러 액정 휴대폰이 나올 때마다 휴대폰을 교체한다. 신형 휴대폰을 갖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계에 1년에 유통되는 4억5천만대의 휴대폰 중 45%는 교체수요다. 이 논리는 개인용 전자제품인 MP3플레이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레인콤이 신제품에 일견 불필요해 보이는 새 기능을 계속 추가하는 것도 소비자를 자극, 신제품을 사게 만들기 위함이다. 개인용 전자제품 시장은 앞으로 '복합화'의 과정을 겪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화와 음악감상 카메라 영화관람 인터넷사용 등을 휴대가 쉬운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하고 싶어한다. 향후 휴대용 복합 단말기 시장이 개인용 전자제품 시장의 주축이 될 것이다. 레인콤도 MP3플레이어 기능을 기본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하나의 단말기에 구현하는 신제품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단말기 하나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메신저도 즐길 수 있다. 휴대폰 기능을 추가하는가의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휴대폰 기술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능하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 [ 퍼플카우 마케팅이란 ] 양덕준 사장이 인용한 '퍼플카우'는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 고딘의 저서인 '보라빛 소가 온다'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만약 눈에 확 띄는 보라빛 소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소를 주의깊게 계속 쳐다볼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보라빛 소에 대한 얘기를 퍼뜨리고 다니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리마커블(remakable)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