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은 30일 한미은행 경영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외국계 펀드가 아닌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은행을 인수하게 됐다. 씨티그룹은 이날 공개매수를 마감한 결과, 최대주주인 칼라일의 보유지분 36.6%와 공개매수 지분 60.9%를 포함해 한미은행 지분 97.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의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과의 통합 및 한미은행 상장폐지 작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향후 통합은행을 이끌어갈 통합행장 인선과 통합 브랜드 결정 등 경영전략도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내달 10일 개최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인사 및 감사 교체한 이후에 한미은행 경영전략에 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내달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 8명 중 기존 최대주주인 칼라일측 인사 5명을 스티븐 롱 씨티그룹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와 로버트 모스 씨티은행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금융 담당 CEO 등 씨티그룹과 씨티은행의 임원들로 전면 교체하고 롱 CEO 등 3명은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씨티銀 서울지점 청산과 한미銀 상장폐지 추진 씨티그룹은 한미은행의 경영권 인수 작업이 내달 5일 칼라일 지분 인수와 7일 공개매수 대금 지급 등을 거쳐 마무리되면 곧바로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청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지점의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과 한미은행과의 전산통합 작업 기간을 고려할때 빠르면 9월 중순이후 한미은행과의 통합작업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한미은행과 서울지점의 통합에 앞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처럼 영업창구에서 동일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전산체제를 정비하기 위한 실무작업도 착실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보유지분 매각 입장 발표로 기정 사실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통합에 대한 작업이 내부적으로 상당부분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씨티그룹은 한미은행과 서울지점 통합작업을 병행하면서 한미은행 지분을 100%까지 매집해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씨티그룹 입장에서 보면 한미은행의 상장을 폐지하게 되면 주주들의 감시 감독이나 공시의무가 없어지고 특히 이익의 송금 문제에서도 제한이 없어지게 되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노동조합 등에서 상장폐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씨티은행 서울지점 노동조합은 씨티그룹이 서울지점의 자산과 영업권을 포괄적 영업 양수도 방식으로 한미은행에 넘겨 통합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한미 유지 또는 씨티 변경안 '팽팽' 씨티그룹이 한미은행과 씨티 은행 서울지점과 통합이후 브랜드를 한미은행으로 가져갈 지 씨티은행 또는 씨티-한미은행, 한미-씨티은행으로 정할 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통합과정에서 씨티은행 서울지점이 주도권을 갖느냐 또는 한미은행에서 갖느냐가 통합 브랜드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는 힘의 균형이 서로 '팽팽'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미은행 브랜드를 유지하는 전망은 씨티그룹 경영진이 한미은행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외국계 거대 자본 진출에 따른 거부감을 줄이고 소비자금융 뿐 아니라 기업금융 등에서도 영업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나온 것이다. 실제로 씨티그룹이 멕시코에 진출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바나멕스은행의 경우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멕시코 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티그룹이 씨티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선진 금융기관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감안해 한미은행의 상호를 씨티은행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통합행장 하영구 행장 유력속 변수 남아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한미은행의 통합후에 하영구 한미은행장이 계속 행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관측은 최근 데릭 모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이 통합해 새로 생기는 은행의 최고 경영자는 하영구한미은행장이 맡아 몇 명의 국제 경영진의 협조를 받아가며 경영을 할 것"이라고 밝혀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리처드 잭슨 소매금융담당 대표가 통합 행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임시주총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통합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보다 확실히 예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또 씨티은행 측 인사가 통합행장이 되면 통합브랜드도 씨티로 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