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끝났지만 상당수 당선자들은 유권자들에게 마음놓고 '당선사례'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천신만고 끝에 단 금배지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총선 당선자 가운데 8명이 금품살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당선무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둔 전북지역에서도 선거사범 6명이 구속되고 71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는 당선자 4명도 들어 있다. 대검 공안부에 따르면 17대 총선 당선자 중 53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배우자나 선거사무장이 검찰에 입건된 당선자도 8명에 이른다. 법조계에서는 17대 총선과 관련,무더기 당선무효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니 총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선거사범의 경우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사하고 혐의가 무거운 선거사범은 향후 선거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원도 과거 선거법 위반자에게 관례적으로 선고했던 '벌금 80만원'(1백만원 이상이면 당선 무효) 판결을 대폭 줄이기로 해 당선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같은 법조계의 의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법조계는 항상 엄정한 처리와 신속한 재판을 다짐했지만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쳐 흐지부지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나친 형량 감경과 국회의원 임기의 절반(2년)이 넘도록 질질 끄는 '엿가락 재판'도 비일비재했다. 이번 만큼은 검찰과 법원의 다짐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보태줄 때다. 여권의 자세도 중요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깨끗한 선거에 대한 총선 전의 다짐과 약속을 결코 스스로 무너뜨리는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동균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