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의 과학자인 가우스는 경쟁의 부작용에 대해 의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한 시험관에 같은 종의 원생동물을,다른 시험관에는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을 두 마리씩 넣고 제한된 먹이만을 주며 관찰을 시작했다. 이종(異種)의 원생동물은 경쟁없이 잘 성장했다. 반면 동종(同種)의 원생동물은 실험 시작 18일만에 전멸했다. 같은 종의 동물은 한정된 먹이를 놓고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싸웠다. 제한된 영역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시도는 뜻하지 않게 '상호공멸'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번 총선 기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권의 논란을 되돌아보면 정당과 정당간 극심한 경쟁만 난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를 타도,극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탄핵심판론'과 '거여견제론'은 모두 과거에 생긴 일이나 옛날의 경험에 기초한 주장이었다. 미래에 한국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정책을 기억하는 유권자는 거의 없다. 바람과 감성은 있었지만 나라 경영을 위한 전략과 전술은 아예 실종됐다. 선거직전 막판 부동층이 급증한 것도 믿음직한 대안을 찾지 못한 유권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업무 가운데 실적 등 기록을 위한 결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결재는 이미 과거사이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나머지 99%를 미래에 대한 고민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의 일을 정치 쟁점화하고 서로에게 타격을 입히는 데 대부분의 힘을 쏟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투표를 끝낸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를 고민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저성장,고실업,내수침체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미래 한국의 '먹거리'를 찾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총선 이후가 총선 전보다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남국 한경가치혁신연구소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