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 대우 쌍용 등 완성차노조가 순익의 5%를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요구한 것은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같은 제안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의욕과 경영 마인드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순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분명 노조 권한 밖의 문제이다. 이익금 중 사내유보금을 복지후생비 등으로 전환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사회 결정사항이지 노조가 힘으로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다. 특히 대기업 노조원이 자사 이익의 일부를 떼내 법적으로 아무런 사용·종속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나 다른 회사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금 우리 경제는 "IMF때보다 어렵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사상 최악의 국제 원자재난에 고유가와 원화절상까지 겹치면서 경영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더욱 절박하다. 장기간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추격,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 한푼이라도 아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투자와 해외마케팅 강화 등에 전력을 다해도 부족할 때이다. 우리는 지난 2월 '임금인상 자제와 고용안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정 간의 사회협약 타결과 이수호 민노총위원장의 타협과 협상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며 올해 노사관계가 다소 원만해질 것으로 기대해 왔었다. 특히 외국 언론들이 '전투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강성 노동운동이 우리 경제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이었다는 것을 노조측도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은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률이 9%를 넘는 등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경기부진이 이어지는데는 노조에도 책임이 없다고 볼수는 없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 노조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개선에 관심을 갖는데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논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사리에 맞지않는 요구를 하는 것은 근로자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를바 없다. 지금은 자동차산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임금인상 자제 등 노사가 힘을 합쳐 생존투쟁을 벌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