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모터쇼는 대량 생산 메이커가 없는 '자동차 중립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각 업체들이 차별대우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제모터쇼다. 그러나 올해는 한 가지가 더해졌다. 여느 모터쇼와는 달리 아무런 주제를 내걸지 않았다는 것. 공정한 경쟁에 주제마저 없으니 각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차종을 출품해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개막된 74회 제네바모터쇼에 출품된 차량은 모두 9백여대. 몇가지 트렌드는 있지만 역시 전체적인 트렌드는 자유분방하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추세는 소형차의 다양한 변신.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부진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PSA(푸조-시트로엥) 르노 폭스바겐 피아트 등 유럽 업체들이 일제히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승용차와 밴의 개념을 합친 '캐디라이프'를 공개했다. 르노가 공개한 메부스 모델도 작지만 고객들의 편의를 강조함으로써 관심을 끌었다. SUV-세단-쿠페 등의 장점을 골라 만든 크로스오버(crossover) 차량들도 대거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차량은 볼보의 컨셉트카 YCC. '여성이 만든 여성을 위한 차'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차량은 전체 개발팀 1백40명 가운데 1백명 이상이 여성이란 점에서 출품 전부터 큰 관심을 끌어왔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강인함을 뽑내는 스포츠카들도 다양하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부가티 등 슈퍼스포츠카 메이커들이 자신들의 명성에 걸맞은 신모델을 무대에 올렸다. 고급차 시장을 선도하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다양한 세그먼트별로 신차를 공개함으로써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 등 국내 차 메이커들도 '자동차 중립국'의 편안함을 만끽하고 있다. 보다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소형차가 전시부스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대부분 유럽시장 공략 모델이다. 현대차는 유럽 스타일의 4인승 5도어 해치백 컨셉트카인 '이큐브(E³)'를 선보였다. 2.2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이 컨셉트카는 현대차 유럽연구소가 개발한 차종으로 운전의 즐거움(Enjoyment),환경친화성(Environment),특별함(Extraordinary)이라는 컨셉트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5도어의 '쎄라토 해치백'과 유럽의 환경 규제 기준에 맞춘 친환경 디젤엔진 모델(수출명 스펙트라)을 선보였다. GM대우는 '라세티 스테이션 왜건'을 공개하고 유럽시장 본격 공략에 나섰다. 제네바=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