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초부터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하락, 조류독감 확산 등으로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기업들은 환율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속에 인하속도가 인위적으로 조절되고 있어 언젠가는 `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환율 리스크를 잠재적인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초부터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있으며 이는 앞으로 본격화될 총선정국과 맞물려 기업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불안 심화 = 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27일 달러당 1천176원으로 마감됐다. 정부가 한국경제의 유일한 탈출구인 수출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방안을강구하고 있으나 환율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들은 작년말에 새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대부분 환율을 1천100원 이하로잡았기 때문에 환율이 지금처럼 1천180-1천170원대에서 움직일 경우 큰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환율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변동할 경우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며 대처할 여유를 갖지 못해 피해가 눈덩이 처럼 커질 수 있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달러화 약세라는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원화환율 전망이 `시계제로'라는 점"이라면서 "인위적인 달러화 부양이 언제까지 약발이 먹힐지 모두가 초초하고 불안해 하고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비, 환 리스크 보험에 가입하고 환율헷지에 나서는 한편 결제통화를 유로화 등으로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원자재가격 상승 =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은 달러화 약세에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기의 회복 등에 힘입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가는 지난 2-3일간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27일 현재 두바이유가 배럴당28.83달러에 거래됐고 텍사스중질유 34.08달러, 북해산브렌트유 30.08달러로 여전히고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국제원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결정, 수요확대, 이라크 정정불안 등으로 당분간 고수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에 해당되는 원자재와중간재의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5.6%나 올라 2000년 9월의 6.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기업들은 원가재 가격이 상승하자 해외시장 점유율 하락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제품가를 올리고 있으나 환율하락으로 제품가 인상의 효과가 상쇄돼 이중으로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의 경우 연초 경영계획에서 연간 항공유가 예상치를 대한항공은 배럴당30달러, 아시아나는 31.62달러 수준으로 반영했으나 최근 항공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비용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항항공과 아시아나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인상될 경우 연간 각각 300억원과150억원의 비용부담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항공유 고공행진이 계속될경우에 대비해 헤징(위험분산) 전략을 가동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상무는 "현재 국제원자재가 상승은 초기단계로 보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류독감, 제2의 사스되나 = 동남아 일대에서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사람도 조류독감에 감염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조류독감이 `제2의 사스' 사태로 비화되는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감돌고 있다. 기업들은 아직까지 조류독감 발생지역에 대한 출장자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과거 사스 발생때와 같은 비상 안전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 사태가 악화될 경우 현지 영업타격, 동남아 수출부진 등이 우려되고있다. 현재 일부 기업들은 동남아지역 출장자에게 개인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위생관리행동지침을 준수케 하는 등의 초보적인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는 조류독감 발생후 동남아 지역 예약률과 탑승률이 떨어지는 등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말까지로 예정된 동남아행 항공편 가운데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단체여행객의 예약취소가 잇따르는 등 여행사에 배정된 물량의 20-30% 정도가 취소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한항공은 동남아노선의 2월 예약률의 경우도 100% 수준이지만 조류독감의 확산추세에 따라 단체여행객을 중심으로 예약취소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아시아나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방콕, 하노이, 사이공, 홍콩, 마닐라 노선을중심으로 단체여행객의 예약취소율이 평소 20%대에서 최근에는 50%대로 수직 상승했다. 또 조류독감의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하나인 태국 방콕노선의 경우 평소 100%에달하던 예약률이 내달 중순까지 90%로 떨어졌다. ◆노사관계 `불안한 출발' = 연초부터 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에 파업바람이 불고 있는 등 올해도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을 조짐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소하리, 화성, 광주 등 3개 전 공장에서 주.야간조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고, 대우버스도 설연휴 대체 근무로 노사가 마찰을 빚으면서 노조가 지난 26일부터 작업거부에 돌입해 공장가동이 3일째 중단되고 있다. 쌍용차노조도 중국 란싱그룹의 매각 추진에 반발, 전날 `쌍용차 매각 저지.독자생존 관철'을 위한 총파업 선포식을 갖고 주.야간 4-6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하는등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가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각 이익집단의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노동계 역시총선바람을 타고 목소리를 키울 공산이 큰 것으로 기업들은 예상하고 있다. 환율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악재를 이겨내고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 노사안정이 필수적이지만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주5일제 단체협약, 노.사관계 로드맵논의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 노사관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와함께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용유연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